“완벽한 여정이었다” 황제 페더러 ‘20년 권좌’ 내려놓다

입력 2022-09-26 04:02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왼쪽)가 2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O2 아레나에서 열린 레이버컵 테니스 대회가 끝난 뒤 상영된 자신의 은퇴 특집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페더러 옆은 경쟁자이자 이날 복식 경기에서 한 조로 뛴 라파엘 나달. AP연합뉴스

스포츠계에서 ‘황제’ 칭호를 받는 사람은 총 5명이다. 축구의 펠레, 골프의 타이거 우즈, 농구의 마이클 조던, F1의 미하엘 슈마허, 그리고 테니스의 로저 페더러(41·스위스)다. 탁월한 경기력으로 한 종목을 리드하는 선구자적인 위치, 팬들의 충성도, 사회적 상징성 등을 두루 갖춰야 ‘황제’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이들 중 페더러는 테니스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쌓았다. 2003년 윔블던에서 처음 메이저 단식 정상에 올랐고 2018년 호주오픈에서 남자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 단식 20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메이저 대회에서 가장 많은 승수(369승)를 올린 선수도 페더러다. 세계 랭킹 연속 1위 기록도 페더러가 가지고 있다. 2004년 2월부터 2008년 8월까지 무려 4년 6개월간, 237주 연속 1위를 지켰다. 2위는 1970년대 중반 160주 연속 1위였던 지미 코너스다.

최고령 단식 세계 1위도 2018년 호주오픈에서 페더러가 36세 10개월에 오른 것이 기록이다. 윔블던에서는 8번이나 우승해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US오픈도 5회 우승으로 최다 공동 1위다. 페더러는 ATP 투어가 선정하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9년 연속 놓치지 않았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연간 테니스 선수 수입 순위도 최근 17년 연속 1위였다.

페더러는 2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O2 아레나에서 열린 레이버컵 테니스 대회에서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복식 경기에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한 조로 출전, 프랜시스 티아포-잭 속(이상 미국) 조에 1대 2로 졌다.

6살 때부터 시작한 테니스 코트와 이별하는 순간이 오자 산전수전을 다 겪은 페더러도 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7500명의 팬 앞에서 북받치는 눈물을 쏟아 냈다. 경기가 끝난 뒤 레이버컵 대회 조직위원회는 페더러가 걸어온 길을 특집 영상으로 만들어 상영하며 ‘황제’의 은퇴 무대를 예우했다.

페더러는 “완벽한 여정이었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