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 시골에서 공부 잘하는 모범생으로 인정받으며 자랐지만 집에서는 정반대였다. 아침에 깨울 때부터 짜증, 옷을 입으면서도 짜증, 밥을 먹을 때도 짜증을 달고 살아 부모님은 아예 포기했다. 휴일에는 허리가 아플 때까지 자다가 오후에 일어나선 깨우지 않아 숙제를 못했다며 또 짜증을 냈다. 어머니는 공부도 다 필요 없고 하루만 짜증내지 않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소연했다. 짜증의 불똥은 늘 여동생한테 튀어, 머리를 쥐어 박고 욕도 퍼부었다. 게다가 중 2때까지 밤에 이불에 오줌을 싸면서 성격에 대해 고민했다. 집 안과 집 밖의 삶의 모습이 다르다 보니 자신감이 사라지고 열등의식에 사로잡혔다. 그러다 대학에 가게 되었는데 여학생들이 많은 대학생활에서 말끝마다 사투리가 튀어 나오니 더 위축되었다. 즐거워야 할 대학 생활은 두려움의 나날이었다.
그때 혜성같이 한 사람이 나타났다. 초라한 인상의 과 1년 선배였다. 충청도 사투리를 쓰던 선배는 나처럼 촌스러웠지만 언제나 기쁘게 예수님을 전하며 다녔다. ‘나도 예수님을 믿으면 저렇게 살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 열심히 선배를 만났다. 그렇게 얼마 지날 때 ‘예수님이 진짜 실존 인물인가. 성경은 지어낸 건 아닐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거머리같이 끈질긴 선배는 하숙집에 와 밤새 있다가 내가 잠든 사이에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사랑하는 나의 후배 종근아! 예수님 믿고 함께 천국 가자”는 글을 남겼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얼마 후 선배는 함께 예배에 가자고 권했고 나는 끝까지 안 가겠다고 버텼다. 선배는 “전능하신 하나님이 너 하나 정도를 못 움직이겠냐” 하면서 성경책을 두고 갔다. 그날, 난생 처음 이상한 경험을 했다. 잠을 자려는데 방안에 뭔가 들어와 있다는 느낌에 섬뜩하더니 곧바로 엄청난 무슨 힘이 발부터 목까지 꽉 눌렀다. 말로만 듣던 가위눌림에서 겨우 풀려나 공포에 떨다가 다시 얼핏 잠이 들었는데 또 가위에 눌리자 맨발로 뛰쳐나와 선배가 살던 교회 기숙사로 달려갔다. 그때부터 굳게 닫혀있던 하나님에 대한 마음의 문이 열렸다.
군 제대 후 대학에 돌아오니 한마음교회 후배들이 성대하게 환영했다. 선배는 종근이를 붙잡고 꼭 교회에 가라고 부탁하고 군대에 갔다는 것이다. 선배의 마음에 감사하며 교회에 갔다. 목사님은 예수님의 부활을 확신 있게 선포하셨지만 부활은 절대 믿을 수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백과사전 위인전 인터넷을 뒤졌다. 놀랍게도 모든 곳에 예수님이 3일 만에 다시 살아났다고 기록돼 있었다. 그래도 2000년 전 사건이 믿음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데 목사님께서 “부활은 성경에 미리 예언된 사건으로 예수님은 성경대로 죽으시고 성경대로 다시 살아나셨다”며 고린도전서 말씀을 찾아주셨다. 순간, 믿음의 길이 딱 보였다. ‘예언대로, 성경대로’였다. ‘바로 이것이 하나님의 방법이었구나!’ 제자들도 부활하신 후에야 믿은 것처럼 예수님은 성경대로 실제로 살아나셨던 것이다. ‘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진짜 영원한 세상이 있어!’ 그때부터는 날마다 감격의 시간이었다. 며칠 후 로마서 말씀을 읽다가 내가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정확히 알게 됐다. 나는 오직 주를 위해 사는 존재였고, 이를 위해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 원래 나는 주님의 것인데 내가 주인 되어 짜증 내고 멋대로 살아온 삶이 보였다. 나는 그 악했던 죄를 하나님 앞에 모두 내려놓고 예수님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맞았다. 인상파이며 짜증남이었던 나는, 어느새 선배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감사하게도 변한 내 모습에 놀란 가족들도 모두 예수님 앞에 나왔고, 믿음의 자매를 짝 지어 주셔서 세 아이도 낳았다.
학급 아이들은 툭하면 짜증을 낸다. 자격증 없는 짜증 전문 상담사가 되어 스트레스로 탈모가 되는 아이, 자살하려던 아이, 왕따 당하던 아이들을 만나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복음을 전했다. 전교생 10명 남짓의 시골 학교에서 근무할 때다. 우연히 ‘전국 나무 장난감 만들기 대회’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대상을 받으면 해외 연수를 보내준다고 했다.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보지 못한 우리 아이들이 생각났다. 아이들과 3개월간 함께 땀 흘려 힘을 모아 작품을 완성해 출품을 했다.
며칠 간 서류 심사, 완성품 심사, 면접 심사가 진행되었고 마지막 날 대상이라는 믿을 수 없는 결과에 모두들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시골 마을은 축제 분위기가 되고 시골 아이들 4명과 4박 5일간의 꿈 같은 일본 연수를 다녀왔다. 그 후에도 은상 2회, 동상 1회 등 전국대회에서 4년 연속 입상하며 두둑한 장학금도 받았다. 날마다 기도하던 아이들의 마음을 받으신 하나님께서 이루어 주신 일이라 더욱 감사했다.
학교에서 늘 복음을 전하고 정기적으로 청소년들에게 복음을 나누는 ‘세빛나(세상에서 빛이 되는 나와 너)’ 유튜브 방송채널 영상 제작 촬영과 편집에 오늘도 헌신한다. 각종 미디어와 물질 만능주의 가치관에 빠지는 어린 영혼들이 인생에서 가장 기쁜 소식을 듣고 큰 꿈을 꾸는 아이들로 자라기를 기도한다.
신종근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