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지는지 여부를 놓고 혼선이 지속됐다. ‘정상회담을 하나, 안 하나’를 놓고 뒷말만 무성했다.
기시다 총리가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정상회담 개최 발표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일본 아사히신문의 보도까지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취재진이 아사히신문 보도 내용에 관해 묻자 “언론 보도에 일일이 대응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지난 15일 한국 대통령실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해놓고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그렇다면 반대로 만나지 말자”고 반응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먼저 발표하는 바람에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측의 감정이 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면 양국이 동시 발표하는 것이 외교적 관례다.
일본이 이번 정상회담과 양국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일종의 ‘기싸움’을 걸었다는 시각도 있다. 한·일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 현안 해결을 위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하는데, 이를 앞두고 일본이 기선 제압에 나섰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20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에도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정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복수의 일본 외무성 간부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만나더라도 단시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이 신문은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이 뉴욕을 방문하지만 양국 정부의 온도차가 두드러져 회담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앞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됐다고 발표한 대통령실은 뉴욕 체류 이틀째인 20일에도 정상회담 일정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 당초 정상회담은 21일 개최가 유력했다. 다만 혼선에도 불구하고 한·일 정상회담이 어떤 형식으로든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에 한국 정부를 대표해 참석하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는 28일 만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한국 정부 조문 사절단을 이끄는) 한 총리와 28일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약 15분간 회담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상헌 기자, 뉴욕=문동성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