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성접대’ 판단은 일단 뺐다… 불송치사유서 보니

입력 2022-09-22 00:05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성접대 의혹 등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했지만, 사건의 시발점인 성접대의 실체적 진실 문제에 대한 판단은 밝히지 않았다. 무고와 증거인멸교사 등 후속 고발 사건 수사를 남겨둔 상황에서 정치적 공방에 휘말리는 일은 최소화하자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21일 “불송치 사유서에서는 공소시효 만료 여부에 대한 ‘형식 판단’이 담긴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불송치 통지서를 보면 경찰은 성접대가 있었던 것으로 지목된 시점이 성매매특별법상 공소시효(5년)가 지났다는 형식적 판단만 있을 뿐, 성접대 의혹의 진상에 대한 언급은 전혀 담지 않았다. 2015년까지 연결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부분도 공소시효(7년)가 완성돼 공소권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2013년 7월 11일과 8월 15일 대전을 방문한 이 전 대표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대전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접대나 알선 행위 등은 완강히 부인했다.

경찰이 성접대 진상에 대한 판단을 불송치 통지서에 넣지 않은 건 향후의 정치적 후폭풍 등을 감안한 대응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범죄 전담 변호사인 이은의 변호사는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 불송치 통지서에 사실관계 판단을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건 아니다”며 “오히려 자세히 밝히는 게 정치적 개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남아 있는 무고·증거인멸교사 의혹 수사의 결론을 내리려면 성접대 의혹 진상에 대한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중요 사건의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판단하더라도 최소한의 사실관계 판단은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후속 고발 사건의 가장 중요한 전제 사실이 성접대 유무이기 때문에 최소한 그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경찰 판단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성접대에 대한 명확한 실체 규명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경찰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지난 일에 대해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알선수재 혐의 중 2015년 명절 선물 부분에 대해 “고발인 주장 외에는 알선 명목이나 대가 관계, 피의자 범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성 접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식의 모호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