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많이 쓰는 기업에 전기요금 더 내게 한다

입력 2022-09-22 04:04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력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이 전기요금을 더 많이 부담하도록 하는 전기요금 차등 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수요를 줄이기 위해 대대적인 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기업 부담이 늘고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산업계에서도 기업 부담을 덜어준다며 법인세를 인하해놓고 정작 전기요금을 더 많이 올리는 것은 정책 엇박자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에너지 다소비 구조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전기요금 개편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검토 중인 요금 체계 개편안의 핵심은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이다. 제조업 비중이 크고 수출 기업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일반용·주택용과 비교해 저렴한 단가에 공급됐지만, 그로 인해 전력 과소비를 유도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국내 산업용 전기는 계약호수 단위로는 전체의 0.2%에 불과하지만 사용량은 53%가 넘는다.

과거에는 산업용 전기의 원가 회수율이 90% 이상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최근 들어 원가 회수율이 60%대로 떨어졌다. 원가 회수율이란 한전이 전기공급에 들어간 비용 대비 전력 판매를 통해 얻는 수입을 의미한다. 100원을 들여 전기를 공급해서 30~40원을 손해 본 셈이다. 그동안 한전이 손해 보면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저렴하게 공급했으니 이제는 올리겠다는 뜻이다. 산업부는 아울러 농사용 전기를 비롯해 각종 전기요금 특례제도도 함께 개편하려고 준비 중이다. 전력 수요를 줄이기 위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겨울철 난방 온도 제한, 미관 목적의 조명 사용 제한 등의 조치도 병행한다. 산업부는 이런 내용의 개편 방안을 이달 말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안과 함께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 안에서도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수요 감소가 겹쳐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올리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물가를 책임지는 기재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기업 생산비 증대로 물가 추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점을 내세워 요금 인상에 미온적이다. 산업부는 현재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제한된 연료비 연동제상 연료비 조정단가 분기별 조정 폭도 최소 10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