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세종을 제외한 지방의 조정대상지역을 전면 해제한 것은 가파른 집값 하락 속도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달 전국 주택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 6월 규제 해제지역에서 수요가 반등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은 점도 규제지역 해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기준은 직전 3개월 집값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하는 지역이 공통요건으로 꼽힌다. 물가가 치솟고 집값이 하락하면서 규제지역 전 지역이 해제를 위한 정량요건을 충족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직전 3개월의 집값이 세종 3.76%, 대구 2.29%, 인천 2.01% 등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전월 대비 0.51%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0.68%) 이후 13년7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지난 6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에서 규제지역 해제 대상에서 빠진 광역시·도는 그동안 국토교통부에 규제지역 해제를 요청해 왔다. 부산의 경우 지난 4~6월 주택 매매는 1만73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1351건의 50% 가까이 급감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6월 거래건수(1만8071건)보다 적은 수치다. 부산시 내 분양권 전매거래 역시 4~6월 398건에 그쳐 1년 전보다 약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경기 안성·평택·동두천·양주·파주 등도 최근 주택 가격 하락세가 가팔랐다. 지난달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양주는 전달 대비 1.21% 하락했고, 파주(-0.65%) 평택(-0.53%) 동두천(-0.45%) 등이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대폭적인 규제 완화는 조정대상지역 해제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부산은 6월 일부 지역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고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한 결과 다시 과열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면서 “6월 규제에서 해제된 지역의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는데 거래량, 가격 흐름 모두 안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조정대상지역 규제가 풀린 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가 최대 70% 적용된다.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취득세 중과도 사라진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처분할 때 2주택자는 기존 세율의 20% 포인트, 3주택자는 30% 포인트를 더 내야 하는 중과도 없어진다.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 추가 과세도 적용받지 않는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지방 위주의 조정대상지역 해제에 그친 것은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 서울 등으로 규제지역 해제를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의 규제지역을 전면 해제했다는 것은 정부가 공언했던 시장 정상화를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이 사실상 조정에서 배제된 만큼 이번 조정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실장은 “거시경제 여건에 따라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울과 수도권의 규제 완화를) 탄력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며 “연내 주정심 추가 개최 여부는 시장 상황을 보면서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