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마저 흔들·무역수지 6개월 적자… 위기의 한국 경제

입력 2022-09-22 04:08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까지 22개월 연속 상승하며 위기의 한국 경제를 떠받쳐 온 수출마저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20일 수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9% 가까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액은 여전히 증가세를 이어가며 무역수지 적자폭을 더 늘려가고 있다. 추세대로라면 이달 중 누적 무역적자 규모가 3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1~20일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한 33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아직 열흘 정도 수출액 추이를 더 봐야겠지만 감소폭이 큰 만큼 이달 수출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수출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조업일수 감소다. 추석 연휴 때문에 1~20일 조업일수가 전년 동기보다 1.5일 줄었다. 여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위축된 소비 영향이 반영됐다. 주력 수출 품목 중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등 소비재의 1~20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 12.3% 감소했다. 지난달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액이 전년 동월보다 35.9%, 14.5%씩 증가했던 상황과 대비되는 성적표다.

무역수지 적자폭도 더 커졌다. 1~20일 수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6.1% 증가한 371억 달러를 기록했다.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91억13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이달 말이면 무역수지 적자가 300억 달러를 넘어 설 것으로 전망된다.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도 확실시된다. 무역수지 적자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황은 25년만에 처음이다.

무역수지 적자 현상은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멈추지 않고 있어서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1~20일 원유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16.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스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러시아가 가스 송유관을 걸어 잠그면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졌다. 게다가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수요가 점점 더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영되며 1~20일 가스 수입액은 전년 동월보다 106.9%나 폭증했다.

정부는 달러 강세 때문에 불거진 물류비 부담이라도 덜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수출입 동향 점검회의를 열고 수출 기업 물류비로 9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지원 방안 마련도 추진한다. 추 부총리는 “주력 수출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유망 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