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침입 재판 중 “2년간 스토킹” 피해자 진술에 법정구속

입력 2022-09-22 04:06

주거침입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50대 남성이 재판 도중 법정구속됐다.

증인으로 나온 피해자 입에서 피고인에게 2년 동안 스토킹 피해를 당했다는 증언이 나오자 재판부는 즉각 심문을 거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김택성 판사는 지난 19일 이 사건 공판에서 피해자 A씨에 대한 증인심문을 진행했다. 피고인 B씨는 옛 연인인 A씨의 오피스텔에 무단침입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재판 과정에서 두 사람의 입장이 갈렸다.

A씨는 자신의 신변보호를 돕던 사람인 줄 알고 문을 열었더니 B씨가 그 틈에 몸을 밀치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반면 B씨는 “피해자의 허락을 받고 들어간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A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A씨는 법정에서 B씨가 2년 동안 만남을 강요하면서 수시로 찾아오고 전화하는 등 괴롭혔다고 털어놨다. 폭행 피해도 입었다고 증언했다. B씨는 현재 A씨에 대한 특수상해 혐의로도 항소심 재판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1심에서는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

검찰은 B씨가 법정구속되지 않아 주거침입 사건이 발생했으며, 스토킹 사실까지 드러난 이상 B씨를 구속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기소된 주거침입만을 따져 죄질을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고, 2차 가해 우려가 있다는 점도 피력했다. 재판부도 구속 요건이 성립한다고 판단해 법정구속을 결정했다.

A씨 측은 “주거침입 혐의 재판에서 다른 사건들 상황이 종합적으로 맞물려 법정구속이 된 게 이례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4일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만들어진 스토킹 범죄 엄단 기조가 이 사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당역 사건 이틀 뒤인 지난 16일 법무부는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조항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원석 검찰총장도 전국 일선 검찰청에 스토킹 범죄 엄정 대응을 주문하면서 구속영장과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