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달라지고 있다. 명품 브랜드로 둘러싸인 백화점 1층에 스니커즈 팝업 스토어가 문을 열고, 백화점 한 층을 통틀어 중고 상품 편집숍이 꾸려졌다. 2030세대 소비자를 겨냥해 백화점의 기본 공식을 깨는 색다른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다.
21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 ‘더 스테이지’에서 오는 26일까지 ‘뉴발란스 팝업 매장’이 문을 연다. MZ세대에서 열광하는 뉴발란스의 대표 상품 ‘990 스니커즈’의 40주년을 기념한 한정판 스니커즈 등을 소개한다.
백화점 1층은 상징적 공간인 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 주로 명품, 고급 화장품 매장으로 구성된다. 신세계 강남점 더 스테이지도 로에베, 보테가 베네타 등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주로 다룬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7월 더 스테이지에서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 젝시오의 ‘화이트 에디션’을 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번엔 스니커즈 브랜드를 가져왔다. 스니커즈 매출은 2030세대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올해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스포츠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더 스테이지에서 팝업 행사를 열 수 있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4층에는 업계 최초로 중고품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가 지난 16일 리뉴얼 오픈했다. 806㎡(244평) 규모의 한 개 층이 전부 세컨드 부티크로 꾸려졌다. 백화점에 중고품 편집숍이 들어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파격적인 일이다.
한국의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지난해 24조원까지 성장했다. 13년 만에 6배가량 커졌다. 현대백화점은 이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셈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며 중고품 수요가 증가한 점을 적극 반영했다”며 “백화점이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소비문화 트렌드를 제안하는 공간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컨드 부티크에는 중고품 의류 플랫폼 브랜드 ‘마켓인유’(사진), 중고 명품 플랫폼 ‘미벤트’, 친환경 빈티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리그리지’, 럭셔리 빈티지 워치 편집 브랜드 ‘서울워치’ 등이 들어선다. 중고품을 판매하는 만큼 신뢰를 높이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마켓인유 의류상품은 세탁 전문업체를 통해 세탁과 살균을 거친 뒤 판매한다. 명품은 전문가의 감정을 받은 상품들로만 선별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업계 최초로 세컨핸드 전문관을 선보이게 됐다. 앞으로도 소비자 취향 변화에 따라 다양한 공간과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