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소 핀테크 승인 단 1건… ‘혁신’ 싹조차 틔우기 힘들다

입력 2022-09-21 04:07 수정 2022-09-21 04:07
게티이미지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업체 중 절반 이상이 실제로는 해당 상품을 출시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승인된 39건 중 중·소형 핀테크 업체는 단 1건이었다. 대부분은 대형 금융기관 몫이었다. 금융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틀을 완화하겠다는 혁신금융서비스 제도 취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국민일보가 금융위 지정 혁신금융서비스 224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실제 출시까지 이어진 서비스는 130개(58%)에 불과했다. 우리은행이 출시한 ‘드라이브 스루 환전’이나 스타트업 디렉셔널이 개발한 ‘개인 간 거래(P2P) 주식 대차 거래 플랫폼’과 같이 중도 종료한 서비스를 포함하면 절반 가까이가 혁신금융의 싹조차 틔우지 못한 것이다.

금융위는 여러 회사가 공동으로 승인을 받은 경우 회사 수를 기준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건수를 집계한다. 교보증권 등 25개 회사가 참여한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를 1건이 아닌 25건으로 세는 식이다. 이런 식의 중복 집계를 제외하면 실효성 있는 서비스는 100건 내외로 떨어진다.

출시에 실패하거나 사실상 사장된 서비스를 살펴보면 대부분 소비자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탓이 컸다. 두물머리투자자문은 알고리즘에 기반한 모바일 연금자문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했지만 소비자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레이니스트의 자산분석기반 금융주치의, 현대해상의 온라인 플랫폼 활용한 모바일 보험 쿠폰 등도 비슷한 이유로 출시 계획이 백지화됐다. 금융위가 해당 사업의 시장성 예측에 실패한 셈이다.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대가로 과도한 부가조건을 내건 탓에 실패한 서비스도 있다. 페르소나에이아이는 보험상품 상담·판매를 인공지능(AI)이 전담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대화 모니터링, 민원 대응 등 당국의 고비용 부가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탓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밖에 인공지능(AI) 시스템에 설계사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지 등 법적 문제도 얽히며 서비스는 끝내 출시되지 못했다.


당초 제도의 취지와 달리 중견기업·대기업을 제외한 스타트업이나 중소 핀테크 업체 등의 승인 현황도 부진한 실정이다. 올해의 경우 금융위는 4차례 걸친 심사에서 총 39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신규 지정했다. 하지만 이 중 중소형 핀테크에게 돌아간 몫은 1건(뮤직카우)에 그쳤다. 나머지는 신한·KB국민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과 주요 신용카드사, 대형 증권사 등에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실적을 쌓는 데 급급하지 말고 실제 사업성 있는 혁신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혁신금융서비스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비스 지정 건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히려 정말로 혁신적인 서비스만 들어올 수 있게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