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금융서비스 제도는 도입 취지와 달리 대형 금융회사 위주로 설계돼 있다.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심사 과정이 중소업체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폭넓게 수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민간 전문가보다 금융위원회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하는 심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심사는 민·관 합동 혁신금융심사위원회(심사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무늬만 민·관 합동’이라는 분석이다. 심사위는 공무원 7명과 민간 위원 17명 등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민간 위원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 민간 의견이 지정 여부를 좌지우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심사위를 주재하는 사람이 금융위원장인 데다 심사위 논의를 거친 안이 다시 금융위로 넘어가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절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절차 문제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중소업체들이 대형 금융회사들과의 심사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대형 금융회사들은 전담팀을 꾸려 추진 사업을 가로막는 법령을 검토하는 등 법률 자문을 거쳐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서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중소업체에선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에 부닥치고 있는지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핀테크업계 한 관계자는 20일 “혁신금융서비스는 현재 법령으로 규정된 제한을 일시적으로 풀어주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다 보니 전례를 찾기 어려운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업체보다는 기존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사업이 많은 대형 금융사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건수가 줄어드는 상황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건수는 2019년 77건에서 2020년 58건, 2021년 50건으로 감소세다. 새로운 사업 발굴보다는 기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제거하는 데 급급한 탓이라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제도 도입 초반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사업들이 내년에 지정 만료일을 맞게 되면서 대거 사업 중단 사태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서비스는 지정 후 2년간 유효하며 2년 연장이 가능하다. 특례 최대 기간인 4년 내 제도화되지 않으면 사장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심사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개선안은 심사위원장을 민간위원장과 금융위원장 두 사람이 맡는 공동위원장 체제를 도입하고 심사위 소위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 등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