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확고한 연대의 정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사와 광복절 경축사의 핵심 주제였던 ‘자유’를 유엔총회에서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자유의 확대 문제를 국제사회 차원으로 확장시키면서 팬데믹·기후위기·전쟁 등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에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자유와 연대-전환기 해법의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각국에서 참석한 정상급 인사 중 10번째 순서였다. 이번 유엔총회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회원국 정상 등이 직접 총회장에 나와 연설하는 오프라인 방식으로 개최됐다.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또 다시 세계 시민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출발점은 그동안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축적해온 국제 규범 체계와 유엔 시스템을 존중하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팬데믹, 탈탄소, 디지털 격차 등 국제적 현안을 언급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재정 여건과 기술력이 미흡한 나라에 지원이 더욱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한국이 먼저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액트 에이(ACT-A)’ 이니셔티브에 3억 달러, 세계은행의 금융중개기금(FIF)에 3000만 달러를 공약하는 등 글로벌 보건체계 강화를 위한 기여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액트 에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공정한 배포를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다. 윤 대통령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주도로 개발도상국의 보건 안전을 위해 마련된 글로벌 펀드에 대한 기여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날 연설에서 북한을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없었다. 다만 윤 대통령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인권 유린 문제를 지적하면서 간접적으로 북한 관련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북 메시지는 이미 발표한 ‘담대한 구상’에서 더 이상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자유에 바탕을 둔 국제사회의 연대라는 거시적 메시지도 보기에 따라서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