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조건부 석방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해자를 불구속 수사하는 경우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이나 피해자 접근금지 명령 등 일정한 조건을 붙이자는 것이다.
대법원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현행 제도는 구속, 불구속이라는 일도양단식 결정만 가능해 구체적 사안마다 적절한 결론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장 단계의 조건부 석방제도는 사건이 구속·불구속의 경계에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보증금 납부나 주거 제한, 전자발찌 부착, 피해자 접근 금지 등 조건하에 피의자를 석방하도록 하는 제도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도 전주환(31) 사건처럼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구속영장 기각 시 전자발찌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법원 내부에선 지난해부터 제도 도입 논의가 있어 왔다. 재판제도분과위원회는 지난해 6월 사법행정자문회의에 조건부 석방제도가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해자 보호를 조화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판사 380명 중 81.8%가 “조건부 석방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해당 제도는 입법 사안이라 사법부의 자체적 도입은 불가능하다.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등에 대한 법원 실무 자료도 새로 마련된다. 올 상반기 기준 전국 지방법원의 피해자 접근 금지 등 잠정조치 인용률은 92%, 평균 처리 기간은 1.7일이었는데 법원행정처는 해당 절차와 관련해 일선에서 참고할 수 있는 질의응답 자료를 만들어 오는 11월 배포하기로 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는 스토킹 범죄의 양형기준 설정 여부를 검토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은 아직 양형기준 설정대상 범죄군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양형위는 “스토킹처벌법 적용 사건의 양형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법 개정 여부와 같은 사정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위는 우선 스토킹 범죄와 구성요건이 유사한 정보통신망법상 ‘공포심 유발 문언(文言) 등 반복 도달 범죄’를 양형기준 설정 범위에 포함시켰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