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과 관련해 민간재원 조성 등 한국 측 구상을 전달했다. 박 장관은 배상 관련해 여러 안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했지만 일본 측은 ‘이미 해결된 문제’라며 기존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박 장관이 지금까지 징용 피해자를 만나 들은 목소리와 민관협의회에서 논의된 배상 관련 다양한 의견을 아주 구체적으로 일본 측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당국자는 “배상 관련 정부의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전달한 것은 아니고 의견 교환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한 가지 특정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민관협의회에서는 그동안 피해자 배상을 위해 정부 예산을 활용한 대위변제나 채무 인수는 배제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민간 재단을 통해 배상하고, 그 재원을 양국의 기업이 모아 내는 방식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박 장관은 재원 조성에 일본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일 전범기업의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자 목소리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양측이 진정성을 갖고 노력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날 회담이 양국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지는 미지수다. 일본 외무성은 회담 뒤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하야시 외무상은 일본 측의 일관된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일관된 입장’은 징용 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으로 이해된다. 일본 측이 이 입장을 고수하는 한 어떤 배상 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르기 어렵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지금까지 네 차례 외교장관 회담에서 우리가 감지한 바로는 일본이 우리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고 더 진지해졌다”고 말했다.
유엔총회 기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도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 시기로 ‘21일 계획’을 언급했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함구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일본에서 출국하면서 “(정상회담 관련) 일정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김영선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