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와 유업계가 유제품 원료인 원유(原乳) 가격 인상폭을 ℓ 당 47~58원 사이에서 결정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구체적인 인상 단가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협상폭을 봤을 때 흰우유 가격이 1ℓ 당 500원 안팎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급등한 인건비나 포장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원유 가격 인상폭 협상을 위해 개최된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낙농가·유업계는 인상폭을 생산비 인상폭 내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올해로 종료되는 ‘원유 가격 생산비 연동제’ 산식에 따르면 인상 가능한 금액은 ℓ 당 47~58원 수준이다. 당초 구매하는 입장인 유업체는 이 기준에 맞춰 가장 낮은 인상폭인 47원을, 판매자인 낙농가는 58원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됐다.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의외로 원만하게 회의가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양측은 가능한 한 1개월 내에 가격 인상폭을 결정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최종 합의 결과를 봐야겠지만 흰우유 가격 인상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지난해 원유 가격을 ℓ 당 21원을 올렸을 때 흰우유 소비자 가격은 200원이 올랐다. 전례를 참고했을 때 원유 가격이 ℓ 당 47~58원 오르면 흰우유 가격은 500원 정도 인상될 수 있다. 예상대로라면 현재 ℓ 당 2000원 후반대인 흰우유 가격이 3000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미 원유 가격을 ℓ 당 58원 올린 서울우유협동조합도 낙농진흥회 협상 결과에 맞춰 소비자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낙농진흥회 소속이 아닌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달 16일 대의원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원유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가격이 예상보다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흰우유 제조단가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40~41% 수준이다. 나머지는 제조 시설 가동에 필요한 연료비나 포장재, 인건비 등이다. 모든 항목이 최근 다 급등한 상태다.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보는 “다른 요인들도 충분히 (가격) 인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