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실 못한 규제지역… 집값 하락에 “제도 개선” 아우성

입력 2022-09-21 04:05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은 규제 시행 이후 오히려 규제지역 집값이 오르는 등 역효과가 발생했고, 지방은 비규제지역으로 투기 수요가 이동해 ‘풍선효과’가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2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고 규제지역 해제를 논의한다. 지난 6월 열린 주정심에서는 전체 규제지역 161개 시군구 중 17개 시군구만 해제되는 데 그쳤다. 규제지역 해제 대상에서 빠진 부산과 세종, 경남 창원, 충북 청주, 충남 천안·공주·논산, 전북 전주 등은 국토부에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요청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8월 전국 주택 가격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의 주택매매가격은 0.29% 하락해 9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7월(-0.22%)보다 두 배 이상 낙폭이 커져 0.45% 떨어졌고, 수도권 아파트값도 0.66% 하락했다.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가 주택 가격이 추가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 거래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현재 전국의 규제지역은 투기과열지구 43곳, 조정대상지역 101곳이다. 서울과 과천, 성남 등 수도권 대부분과 세종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동시 지정돼 있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지표 중 하나는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 이상(투기과열지구는 1.5배 이상)일 경우인데, 올해 전국 17개 광역시도 모두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건을 충족했다. 집값은 떨어진 반면 물가가 치솟은 여파다.


규제 지역으로 묶이면 대출과 세제 규제가 강화된다. 조정대상지역은 9억원 이하 주택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가 50%고, 9억원 초과일 경우는 30%다. 투기과열지구에 지정되면 15억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다. 2주택 이상은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모두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조정대상지역에선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등 다주택자 세금이 중과된다.

하지만 그간 시장을 보면 규제지역 지정이 실제 부동산 시장 안정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했다. 서울은 규제지역 지정이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곳을 확인해주는 역할을 해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지방은 규제지역 지정 이후 해당 지역 주택 가격 상승률은 떨어졌지만, 다른 비규제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가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규제지역 지정 효과가 미미하고, 관련 규제도 복잡한 만큼 규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세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규제지역을 복잡하게 나누다 보니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며 “조정대상지역과 투기지역 규제를 일원화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