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9일 발표한 ‘2022년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첫손에 꼽은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불평등’이다. 지나치게 벌어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모든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임금 불평등, 여성의 경력단절, 사교육비 증가 모두 이 격차가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생산성 증대가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OECD 권고대로 정부가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4년 전 보고서도, 2년 전 보고서도 OECD는 같은 내용을 강조했지만 변한 것은 많지 않다.
OECD 분석에 힘을 싣는 것은 축적된 데이터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성 격차는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근로자 20인 이상 기업 대상 조사 결과를 지수화했을 때 한국의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는 2.08로 OECD 평균(1.55)을 0.53포인트 상회한다. 이 지수가 2를 넘는 국가는 OECD 회원국 중 한국뿐이다.
OECD는 생산성 격차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벌어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정부에서 임금 격차 문제를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등 여러 정책을 가동했지만 임금 격차를 줄이지는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근로자 5~29인 사업장의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307만5000원)은 대기업이라 할 수 있는 300인 이상 사업장(541만원)의 56.8%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낮은 출산율과도 상관관계를 지닌다. 보고서는 “성별 및 자녀 유무가 고용에 과도하게 반영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자녀가 있는 여성과 남성 간 고용 격차는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연령에 따라 1.5~3.0배 차이를 보였다. 여성 입장에서는 출산을 달가워할 리가 없다. 빈센트 코엔 OECD 경제검토국 부국장 직무대행은 “합계출산율이 0.8까지 하락한 것은 보기 드문 광경이다. 앞으로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대기업에 들어가야 하고 이는 과도한 상위권 대학 입시 경쟁을 양산한다. 이는 사교육비 지출 증대를 부르고 불평등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된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 원인을 ‘학원’에서 찾은 외신 블룸버그의 분석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OECD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시장 규제를 완화하고 대기업의 특권처럼 여겨지는 정규직 근로자 고용 보호를 완화할 것을 제안했다. 대신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강화해야 생산성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엔 직무대행은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에 대한 공공지원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심희정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