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주 추락… 11조 사들인 서학개미 눈물

입력 2022-09-20 04:05
연합뉴스

긴축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한·미 양국 증시에서 ‘기술주’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대표 빅테크 네이버·카카오는 연초 대비 주가가 40% 이상 폭락했다. 기술주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닷컴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의 ‘기술주 시장침체’가 발생하고 있다. 이렇다 할 기업공개(IPO)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연중 내내 ‘저점 매수’에 나섰던 개미들 속은 까맣게 타고 있다.

19일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오는 21일 미국 증시는 5000만 달러 기업가치 이상의 기업이 IPO를 진행하지 않은 지 238일째를 맞게 된다.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록이다.

이 같은 현상에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기술주는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무기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데 현재 경제 상황은 이런 투자 심리를 꺾고 있다. 현재 돈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기업의 미래 성장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기술주 침체는 수치로 확인된다. 중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 초부터 지난 16일까지 19% 하락하는 데 그친 반면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9.6% 떨어졌다. 최근 2년간 신규 상장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르네상스 IPO 지수’도 같은 기간 57.10달러에서 31.21달러로 45.3% 폭락했다.

IPO시장도 침체국면이다. 연초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 IPO를 진행한 기업들의 가치는 70억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100억 달러)의 7%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와 같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올해 기술주를 대거 저점 매수해온 서학개미들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이 순매수한 해외주식 상위 10개 가운데 9개가 기술주 혹은 기술주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로 이뤄져 있다. 1위 PROSHARES ULTRAPRO QQQ ETF(나스닥100 지수를 3배 추종)는 21억7600만 달러, 2위 테슬라 17억4900만 달러, 3위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 추종) 14억7600만 달러 등이다. 10위권 종목 순매수액 합계만 81억500만 달러(약 11조3000억원)에 달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