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못버텨” 경제난 직격탄 30대, 자살상담 급증

입력 2022-09-20 04:03

30대의 자살 상담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리오프닝 국면을 맞아 각종 정부 지원책 착시 효과가 사라지면서 경제 악화 충격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30대의 심리상담(마음이음 상담) 건수는 2018년 5455건, 2019년 5009건, 2020년 4788건으로 줄다가 2021년 7511건으로 56.9%나 급증했다. 전체 상담 건수 대비 연령별 비중도 30대는 2020년 21.0%로 20대(25.0%)보다 낮았지만 지난해 26.0%로 껑충 뛰어오르며 순위가 역전됐다.

전체 심리 상담 중 자살 상담 건수를 보면 30대는 2018년 1698건, 2019년 1903건에서 2020년 1596건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2021년 30대는 타 연령대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20~2021년 자살상담은 주 자살위험군인 20대(2664건→2118건), 40대(1693건→1357건), 50대(1503건→1170건)에서 감소했다.

반면 30대는 자살 상담이 1873건으로 17.4%나 늘어났다.

올해 7월까지 심리 상담 통계를 살펴봐도 30대가 5055건으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20대(3836건), 50대(3659건), 40대(3311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살펴보면 30대는 남성에서 25.3%, 여성에서 27.7%를 차지하며 각각 가장 많은 비중을 기록했다.

2021년 갑자기 늘어난 30대의 자살 상담 문제를 두고 전문가들은 경제적 이유를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관계자는 19일 “30대의 경우 코로나19 여파가 잦아들면서 본격적으로 경제적 압박을 받는 처지가 됐다”며 “이런 부담감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예도 있다”고 말했다. 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현재 자살 상담의 대다수는 경제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분들”이라고 전했다.

지난 6월 극단적 선택을 한 조유나양 일가족 역시 조양의 30대 부모가 주식 등에 투자했다가 1억원 이상 금융권 빚을 진 것으로 조사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1분기 자사 투자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30대가 44.8%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말 기준 30대 대출자의 소득대비대출비율(LTI)도 280%에 달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선만큼 금리 인상기 경제적 타격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세대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는 “30대는 부동산이든, 암호화폐든, 주식이든 ‘영끌’ 투자에 많이 참여한 세대”라며 “정부 차원에서 상담 강화 등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 자살예방센터에도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상담 건수는 2019년 2만1642건에서 2021년 2만9121건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코로나19 관련 단순 문의까지 더해졌다. 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이 연락이 안 된다거나 확진 시 행동요령, 백신 이상 반응 신고 등을 물어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탓에 상담 응대율은 2018년 시간대별 평균 79.5%에서 지난해 66.9%까지 떨어졌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