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입은 연금술사들과 울고 웃으며 배운 그들의 연금술은 사실보다 태도를 중요시하는 것입니다. 또 군대를 인생 학교처럼 여기는 것이며, 계급 변화에 따른 18개월의 복무기간을 ‘인생의 4계절’로 보고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김영호(43·중령·사진) 군종목사가 최근 펴낸 ‘군복 입은 연금술사’(두란노)를 설명하면서 꺼낸 얘기다. 이 책은 현재 육군훈련소 군종참모와 연무대군인교회 담임목사인 그가 18년 동안 장병들과 부대끼며 선교 활동을 해오면서 느낀 소회와 성찰, 보람과 교훈 등을 담았다.
지난 16일 국민일보와 만난 김 목사는 책까지 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저 장병들과의 삶이 하루하루 쌓이다 보니 자연스레 글이 되고 책이 됐다고 한다. 그는 “국방의 의무가 무의미한 단절이 아니라 배움을 통한 성장과 성숙의 시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군 생활을 통한 배움의 핵심을 ‘네 가지 인을 배우다’로 요약한 그의 통찰력은 눈길을 끈다. 그는 “이등병 때는 ‘참을 인’(忍), 일병 때는 ‘배울 인’(認), 상병 때는 ‘어질 인’(仁), 병장 때는 ‘사람 인’(人)을 배운다”면서 “이러한 지혜는 군 생활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연석술사’가 아니라 진지하게 삶을 성찰하고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게 만드는 ‘연금술사’가 되게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당초 단기복무를 염두에 두고 입대했다. 의무복무 기간(3년)만 채우고 전역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 장병과의 특별한 경험을 통해 지금까지 군목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병장이었던 형제가 세례를 받고 싶다고 해서 세례를 줬는데 전역 이후 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제목이 ‘나 주님의 기쁨 되기 원하네’라고 써 있었다. 이를 경험한 후 군 사역자으로의 부르심에 확신이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이어 군복 입은 청년들이 복음을 전해야 할 ‘땅끝’임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목사는 현재 군선교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고백했다. 군대가 비교적 ‘황금어장’일 수 있지만,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 이후 가속화되는 인권 중심으로의 병영문화, 장병들의 봉급인상, 스마트폰 사용 등 군대문화의 급속한 변화는 선교환경의 대변혁을 가져오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군선교 사역에 대한 기도와 관심, 선교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