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확산되는 오순절… 성령의 인도하심 따라 ‘교회 개혁’

입력 2022-09-20 03:03

한국선교연구원(KRIM)은 올 초 세계 선교 통계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 79억 5300만명의 인구 중 종교를 가진 사람이 88.7%에 해당하는 70억 5680만명이라고 밝혔다. 과학 기술의 발달과 인간 중심 세계관 심화 등으로 무종교인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2013년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조사했던 것보다 상승한 수치였다. 퓨리서치센터는 당시 세계 인구 69억명 중 84%인 58억명이 종교를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종교학자인 하비 콕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2009년 그의 책 ‘종교의 미래’(the Future of Faith)에서 종교의 부흥을 예견한 바 있다. 그는 “부흥하는 종교는 교리가 아닌 실천적 신앙과 종교적 경험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21세기는 오순절 영성을 가진 교회가 주도할 것”이라 말했다.

콕스 교수는 “기독교의 역사는 신조의 역사가 아니다. 기독교의 역사는 신앙의 사람들 이야기”라면서 “기독교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있다. 서구 바깥에서 영적 체험과 제자의 도리, 희망을 강조하는 운동 단체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새 시대를 ‘성령의 시대’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콕스 교수는 오순절 현상에 대해 “성령은 남반구라 일컫는 제3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여성이 기독교 안에서 지도자 지위에 오름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신성에 대하여 말하는 더 좋은 방식으로 ‘성령’을 선호한다”며 “박탈당한 사람들과 궁핍한 사람들 가운데서 일어나는 기독교의 초고속 성장은 성령의 직접적 체험을 강조하는 오순절 운동자들과 같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성령이 몇 세기 동안 말문이 막히고 억눌려 있다가 침묵을 깨뜨리고 있으며 ‘억압된 것의 희생’을 뒤늦게 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필립 젠킨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신의 미래’(The Next Christendom, 2007)에서 “2025년에는 남반구 기독교 인구가 더 압도적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2025년 기독교 인구는 26억명에 이를 것이며 그중 아프리카는 5억9500만명, 라틴 아메리카는 6억2300만명, 아시아는 4억9800만명의 기독교 인구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남반구 기독교인은 초자연적 신앙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고, 대개 기독교의 급진적 정치 활동보다는 개인의 구원에 더 관심이 많다”며 “특히 오순절 운동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종교개혁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러한 급격한 성장은 기독교 신앙을 자신들의 지역적 전통에 적용한, 즉 전통적으로 내려온 교단이 아닌 교단에서 많이 나타난다. 오순절은 2050년 이전에 10억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젠킨스 교수는 “앞으로 수십 년 내에 이 교파들은 지구촌 기독교에서 더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고 예상컨대 아마도 이들이 지구촌 기독교의 주류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새로운 교회들은 분명한 성서적 권위 위에서 깊은 개인적 신앙과 공동체적 정통주의, 신비주의와 청교도주의를 선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콕스와 젠킨스 교수가 종교학자로서 오순절의 세계적 확산을 언급했다면 영국 옥스퍼드대 알리스터 맥그래스 석좌교수는 오순절의 확산 이유와 그 특징을 설명한다.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Christianity’s Dangerous Idea, 2007)에서 맥그래스 교수는 “오순절 운동은 남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다”며 “이 운동은 그 사회의 역동성과 현실에 자신을 맞춰가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본디 오순절주의에는 중앙의 권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순절의 세계적 확산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순절주의자들은 직관적이고 실용적인 교회관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교회 구조와 형태가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상황에 맞춰 무한히 바꾸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오순절주의는 또 지도자의 자리를 현지 목사들에게 신속히 이양하는 등 세계 도처의 새로운 상황에 맞춰 자신을 바꿔 가는 식으로 발전했다. 그 좋은 예가 한국이다. 조용기 목사가 발전시킨 오순절 형태는 (한국) 장로교의 영향과 부흥회 및 성결 전통에서 유래한 예배 전통의 영향을 뚜렷하게 받았다. 한국 특유의 상황에 맞게 변형시켰다는 점에서 틀림없이 한국식 오순절이었다.”

맥그래스 교수는 또 오순절주의가 강력한 호소력을 가진 이유에 대해 “성령이 각 사람에게 능력을 부어주신다는 것을 강조하기 때문이요, 각 사람의 위치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지적 능력이 아니라 성령이 그 사람에게 부어주신 은사에 따라 결정되는 점을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구 기독교 신학이 계몽주의와 합리주의에서 깊은 영향을 받으면서 말씀을 강조하는 ‘엄정한 신학’이 오히려 하나님을 간접적으로 아는 지식의 위험성을 드러내거나 무미건조한 교의신학으로 변해갈 때 오순절은 성령을 통해 하나님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것을 권장한 것이 전통적 개신교와 가장 큰 차이라고 해석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많은 전통적 개신교 신자들이 오순절주의의 등장에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으면서도 오순절주의가 지닌 장점들을 인정하고 오순절주의와 함께 대외 전도, 목회 차원에서 영혼을 돌보는 일, 정치활동 및 사회활동을 해가려는 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