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닥친 천연가스 대란… 한국도 혹독한 겨울 맞나?

입력 2022-09-19 04:06
독일 루브민에 있는 러시아와 독일을 있는 노드스트림1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AP연합뉴스

러시아가 가스 송유관을 걸어 잠그면서 코앞에 닥친 유럽의 ‘난방 대란’이 한국에서도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유럽 주요국들은 천연가스 부족에 겨울철 난방 온도를 19도로 제한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천연가스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역시 비상 대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 겨울 난방 제한과 함께 도시가스 요금 폭증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8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대책의 일환으로 난방 온도를 제한하는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다. 러시아 대신 타국에서 수입하는 천연가스만으로는 전체 천연가스 사용량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용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는 겨울철 난방 온도 제한선을 19도로 잡았다. 독일은 여기에 더해 사우나나 공공수영장 온도를 현재보다 5도 이상 낮추는 방안을 병행하기로 했다. 스페인 역시 공공기관과 쇼핑몰, 기차역, 영화관 등에서 난방 온도를 19도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천연가스로 데우는 온수 사용을 줄이려는 국가들도 있다.


네덜란드와 핀란드는 정부 차원에서 ‘샤워는 5분 이하’라는 캠페인을 펴고 있다. 네덜란드는 실내에서 점퍼·양말·슬리퍼 등을 착용하는 ‘온맵시’도 권장하는 중이다. 핀란드는 지난달 ‘1도 낮추기’ 전국 캠페인을 실시했다. 핀란드에서 전국 단위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 펼쳐진 것은 1970년 석유 파동 이후 52년만이었다.

오스트리아는 아예 ‘연료 배급제’를 실시한다. 주택 면적에 따라 전기·가스 사용 한도를 설정하고 기준치를 넘으면 범칙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민간 기업의 가스보일러 판매도 금지했다. 기존에 사용 중인 석유·석탄 보일러는 수리도 못하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비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럽 국가들은 국내 정책과 함께 천연가스 수입선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동안 한·중·일 중심이었던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에 구매자가 늘면서 가격은 급등하는 추세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MM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 양) 당 7달러대인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연말 7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한국도 난방 제한이나 절약 캠페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유럽처럼 공공시설이나 상가 등에서 난방 온도를 제한할 가능성은 크다. 민·관 합동으로 강력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큰 폭의 도시가스 요금 인상도 불가피해 보인다. 현 시점 기준 원가의 40% 수준인 도시가스요금으로는 가스공사가 원료를 수입할 ‘실탄’을 확보하기 힘들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도시가스요금을 최소한 원가의 80% 수준 이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