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3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시권… 한국, 경기회복 암울

입력 2022-09-19 04:05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 7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이미 1400원선 턱밑까지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르면서 원자재 수입 물가는 고공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수출 의존형 국내 산업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고물가 고착화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경기는 더 가라앉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연준은 오는 20~21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 연 2.25~2.5%에서 3~3.25%로 조정되는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경우 미 기준금리 상단은 한국 기준금리(2.5%)보다 0.75% 포인트 높게 된다. 당초 연준이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지난 8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 행보에 무게가 실렸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1% 포인트 인상을 예상하는 관측도 나온다. 그만큼 미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졌다는 의미다.

미국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더 가팔라지고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외국인 자본 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넘긴 것은 2008~2009년 세계 금융 위기 때가 마지막이었다. 원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올해 들어 16%가량 하락했는데 이는 일본 엔화(-24%), 스웨덴 크로나화(-16%)에 이어 세 번째다.


미국이 돈줄을 공격적으로 죄면서 세계 경제는 침체 수순을 밟고 있다. 세계은행(WB)은 15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해 지난 50년간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 이내로 제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2% 포인트 추가 인상할 경우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 경제는 이미 곳곳에서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성장 엔진으로 꼽히는 수출이 지난 8월 6.6% 성장하는 데 그치면서 증가율이 3개월 연속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주력품인 반도체 수출은 26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으로 경기 둔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 주요 투자은행 9곳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1.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 2.1% 대비 0.4% 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18일 “자영업자 등 금융 취약층이 견딜 수 있을지 우려되지만 당장 급한 불은 원·달러 환율”이라면서 “환율 급등을 막으려면 한은도 올해 중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