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무값 고공행진 ‘김치 대란’시작됐다

입력 2022-09-19 04:10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한 대형마트 포장김치 코너에서 한 소비자가 김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이정은(43)씨는 이달 초 온라인 쇼핑몰에서 포장김치를 주문했다. 하지만 아직도 김치는 오지 않고 있다. 배추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이달 말쯤 출고한다는 ‘배송 지연’ 안내만 받았다. 가까운 대형마트를 찾았지만 소포장 제품뿐이었다. 이씨는 “겉절이라도 담그려고 보니 시들시들한 배추 1통에 1만원이 넘더라. 물가가 무섭게 오르니 김치 먹는 것도 어려운 세상이 된 것 같다”고 18일 말했다.

배추값이 폭등하면서 ‘김치 대란’을 빚고 있다. 포장김치를 만드는 업체들은 올해에만 두 차례 가격을 올렸으나, 이씨처럼 없어서 못 구하는 지경이다. 일부 온라인몰에서는 연일 품절이고, 대형마트에선 1인당 포장김치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곳까지 등장했다. 폭염, 폭우로 고랭지 배추와 여름 무 작황이 유독 부진했던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으로 배추의 평균 도매가는 10㎏에 3만2940원이다. 1년 전(1만5208원)보다 116.6%나 뛰었다. 한 달 전(1만7576원)과 비교하면 87.4%, 평년(1만6627원) 대비 98.1% 올랐다. 무 가격도 치솟았다. 무 평균 도매가는 20㎏에 2만8460원으로 1년 전(1만1564원)보다 146.1% 상승했다.

무·배추 가격 상승은 포장김치 수요 폭증을 불렀다. 김치를 담가 먹는 것보다 사서 먹는 게 경제적이라고 판단한 이들이 늘면서다. 수요 증가로 공급은 달린다. 국내 포장김치 업계 1위인 대상의 ‘정원e샵’에서는 종가집 김치 상당수 품목이 일시 품절 상태다. CJ제일제당 ‘CJ더마켓’에서도 포기김치 제품 일부를 판매 중단했다.

포장김치를 구하기도 힘든데 가격도 올랐다. 대상은 다음 달 1일부터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5일부터 비비고 김치 가격을 평균 11% 올리고 있다. 농협중앙회도 ‘한국농협김치’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포장김치 업계는 지난 2~3월에 평균 5~7% 가격을 올렸었다.

품질 저하 문제도 불거진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실한 배추나 무를 사려면 원가가 너무 오르게 되고, 가격에 맞추자니 제품 품질이 예전만 못해진다. 단가와 품질을 맞추지 못해서 차라리 출고를 중단하는 업체도 생겼다”고 말했다.

김치 대란은 중국산 김치의 수입 증가를 부른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산 김치 수입액은 1억986만2000달러로 지난해 1~8월 수입액(8609만9000달러)보다 27.6%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수입액은 1337만6000달러로 지난해 8월보다 1.4배가량 늘었다.

여기에다 김장철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장용 배추를 심는 시기(8월 말~9월 초)에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방을 덮친 탓이다.

문수정 정신영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