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진석 “李 수사는 사법영역… 정치적 해결 시도 반헌법적”

입력 2022-09-19 04:07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국회 비대위원장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뿐만 아니라 노란봉투법, 감사완박법까지 다수 의석을 동원한 일방 강행처리를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한결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는 사법적인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엄연히 사법적인 영역에서 다뤄질 일을 자꾸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민주당의 시도는 비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16일 국회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실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자신을 겨냥해) 제기되는 의혹과 관련해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식으로 얘길 하는데, 그러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돈을 받아서 감옥에 갔느냐”고 반문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 대표를 공격한 것이다.

정 위원장은 또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뿐만 아니라 노란봉투법, ‘감사완박법’까지 다수 의석을 동원한 일방 강행처리를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 정부의 첫 정기국회를 완전히 전쟁터로 만들겠다는 협박인데,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됐다”면서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민주당이 동원돼서 생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징계 만류 등을 권고할 생각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당 지도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차기 당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 시점과 관련해서는 “전당대회가 비대위의 우선과제가 아니다”라며 “전당대회 스케줄이 제시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을 아꼈다.

국민일보는 정 위원장과 16일 인터뷰를 가진 데 이어 추가 질문을 위해 17일에도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기국회 초반부터 여야 신경전이 치열하다.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중요한 것은 생산적인 국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에 ‘민생과 정쟁을 분리하자’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치권 뉴스를 보면 너무 정쟁 일변도다. 정기국회는 철저한 민생국회 정책국회로 끌고 가야 한다. ‘정쟁 국회’는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앞세워 공세를 펼치는데.

“다수결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서 굉장히 우려스럽다. 오로지 이 대표를 입법권력으로 지켜보겠다고 무리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부메랑이 돼 민주당에 돌아갈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김건희 특검법’ 찬성 여론이 50~60%에 달한다.

“민주당이 강행처리를 고집한다면 우리로서는 사실 막을 방도는 없다. ‘김건희 특검법’뿐만 아니라 노란봉투법이든 뭐든 막을 방도가 없다. 그러나 그런 것(강행 통과)들이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주지는 않을 것이다.”

-협치의 물꼬를 틀 방법은 있는가.

“엊그저께(14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온 이후에 국회와 대화를 할 계획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계제에 허심탄회하게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자리가 있길 바란다.”

-당내 계파갈등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 계획인지.

“저는 그동안 계파 정치를 해본 적이 없다. 과거 친이·친박으로 분류됐던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지금 당의 비상상황을 종식시키는 데 있어서도 제가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비대위 구성도 나름 지역 안배에 신경을 쓰려고 노력했다. 통합과 균형을 중시해서 구성을 했다. 비대위 초반 나름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나 친윤(친윤석열)계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전한데.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없을 수가 없는 것 아니냐. 그래서 ‘윤핵관’이라는 표현은 공론장에 쓰는, 저널리즘의 언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분히 조롱조의 분열적 의미가 덧씌워져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이광재·안희정을 ‘노핵관’이라고 불렀나. 왜 우리 스스로 그런 오해를 살 만한 프레임과 ‘네이밍’을 만들어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는지, 저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친윤이라는 건) 윤 대통령의 ‘이너서클’이라는 건데, 이것도 어느 나라든지 다 존재하는 것이다. 그 안에 속한 사람이 호가호위하면서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거나 그러면 당연히 비판의 대상에 돼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왜 문제가 되나. 민주당에도 친이재명계, 친문재인계가 있는 거고, 심지어 ‘개딸’도 있지 않나(웃음).”

-차기 전당대회 시점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전당대회 시점에 관한 문제는 우리 비대위의 우선순위 과제가 될 수 없다. 우리 당으로선 지금 윤석열정부의 첫 정기국회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준석 전 대표 문제는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런 일이 불거지게 된 것은 어쨌든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 그리고 이를 은폐하기 위한 증거인멸교사혐의였다. 그리고 윤리위에서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중징계를 당한 이 대표가 징계 기간 동안 근신하지 않고 당에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 아닌가. 다섯 차례에 걸친 가처분 소송을 연쇄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한손으로는 당원 모집을 하면서 한손으로는 당을 흔드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당원들과 국민들의 피로감을 굉장히 높이고 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전 대표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이 이제 ‘거물이 될 사람이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사태 해결을 위해 윤리위에 이 전 대표 추가징계 만류 등을 권고할 생각은.

“윤리위의 추가징계가 있을지 없을지도 잘 모르겠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방향으로 징계를 하라는 식의 주문을 (당 지도부가 윤리위에) 할 도리가 없다.”

정현수 구승은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