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출전 손, 해트트릭… 흔들렸던 믿음 ‘골 폭풍’ 응징

입력 2022-09-19 04:06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이 1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시티와의 홈 경기에서 수비 태클을 피해 강슛을 때리고 있다. 이날 교체 출전한 손흥민은 불과 13분21초 만에 시즌 마수걸이 득점을 포함해 세 골을 넣는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EPA로이터연합뉴스

긴 침묵은 골 폭풍을 위한 예열에 불과했다. 한국 축구 ‘에이스’ 손흥민이 9경기 만의 시즌 첫 골을 해트트릭으로 장식하며 부진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손흥민은 1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시티와의 홈 경기에서 3골을 몰아치며 팀의 6대 2 대승을 견인했다. 오랜만에 골맛을 본 손흥민은 “시즌 초반 힘든 시기를 보냈고 좌절하기도 했다. 팀이 잘하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론 실망스러웠다”고 회고하며 “하지만 오늘 좋은 승리를 거뒀고 실망감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올 시즌 EPL 6경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2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해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던 손흥민은 이날 처음으로 벤치에서 시작했다. EPL에서 2021년 4월 뉴캐슬전 이후 1년 5개월 만이었다. 양 팀은 전반전부터 2-2로 팽팽했다. 레스터시티가 전반 6분 페널티킥으로 앞섰지만 2분 만에 토트넘 해리 케인이 동점을 만들었고, 전반 21분 에릭 다이어가 또 한 번 헤더로 역전에 성공했다. 레스터시티는 전반 41분 제임스 매디슨의 오른발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토트넘은 후반 2분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상대 수비의 공을 뺏은 뒤 중거리포를 성공시키며 3-2로 다시 앞서갔지만, 난타전의 긴장감은 여전했다. 이때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선택은 손흥민이었다.

골을 넣은 뒤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 EPA로이터연합뉴스

후반 14분 히샬리송과 교체 투입된 손흥민은 경기를 완전히 뒤바꿨다. 벤탄쿠르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수비 2명을 앞에 두고 드리블하며 슈팅 기회를 노리다 패널티박스 앞에서 통쾌한 마수걸이 골을 성공시켰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대변하듯 득점 후 그라운드에 우두커니 서있던 손흥민은 동료들에 안겨 축하와 격려를 받았다.

막힌 혈이 뚫리듯 첫 골 이후 거침이 없었다. 후반 39분 케인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첫 골을 넣었던 지역에서 왼발 감아차기로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며 오랜만에 ‘단짝’과의 합작골을 성공시켰다. 이어 불과 2분 만에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와 함께 쇄도한 뒤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마지막 득점은 선심의 오프사이드 판정이 있었으나 비디오판독(VAR)으로 득점이 인정됐다. 첫 골부터 해트트릭까지는 단 13분21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지의 호평도 잇따랐다. 영국 BBC방송은 손흥민에 9.39점을 매기며 ‘경기의 선수’로 꼽았고, 스카이스포츠도 평점 9점을 주며 ‘맨 오브 더 매치(MOM)’로 선정했다. 팀 셔우드 전 토트넘 감독은 EPL을 통해 “손흥민은 세상 모든 감독들의 꿈”이라고 극찬했다.

콘테 감독은 손흥민의 활약에 대만족했다. 그는 “손흥민 같은 수준의 선수를 벤치에 두는 건 경기를 한순간에 바꿀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많은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을 왜 빼지 않느냐던 질문들을 기억한다. 내게 손흥민은 절대, 절대, 절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에게 “30분 만에 3골을 넣으면 이런 실험을 반복할 수도 있다”고 농담한 사실도 전했다.

축구통계전문 옵타에 따르면 토트넘 소속으로 교체 출전해 해트트릭한 선수는 손흥민이 유일하며, EPL 역사상 7번째 진기록이다. 손흥민은 EPL 통산 96골을 성공시키며 100골까지 단 4골만 남겨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