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잃었는데… 보훈처 “지원 불가” 외면 당한 상이용사 ‘의수·족 예산’

입력 2022-09-19 04:04

월남전 참전용사 A씨는 지뢰를 밟아 다리가 절단됐다. 국가보훈처에서 제공한 의족은 너무 무거웠다. 착용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절단 부위가 변형되고 피부가 부르트기 시작했다. 티타늄 등 첨단 소재를 활용한 가벼운 의족을 알게 된 A씨가 보훈처에 지원을 요청하자 ‘예산이 부족해 지원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2년을 기다린 후에야 자신의 몸에 맞는 의족을 착용할 수 있었다.

보훈급여 등 보훈 예산이 증가하고 있지만 A씨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국가유공자들이 많다. 상이 군경에게 의수·족은 신체 일부지만 관련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18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내년도 보철구 예산은 62억5300만원이다. 2019년 이후 올해까지 4년간 60억300만에 멈춰 있던 예산이 처음으로 2억5000만원 늘었다. 지난 5년 전체 보훈 예산 증가율(11.9%)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증가율(4.1%)이다. 지난해 예산을 지급된 보철구 수(6261개)로 나눠보면 보철구 1개당 지원 예산은 95만8313원에 그친 셈이다.


절단된 신체 형태를 유지하는 기본 보철구는 수십 만원이면 구매 가능하다. 그러나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는 등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의 보철구는 수백 만원 이상이다.

보훈처는 로봇 의수, 로봇 의족 등 첨단 보철구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월까지 로봇 의족을 받은 사람은 5명뿐이다.

국가유공자는 기업 사회공헌 사업에 기대고 있다. 포스코는 매년 10억원을 들여 청·장년층 국가유공자에 로봇 의수·족 등 첨단 보철구를 지원 중이다. 지난해에는 모두 31명에게 보철구를 제공했는데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인당 지원금은 3100만원이다. 포스코가 제공 중인 첨단 의족 가격은 1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족을 착용 중인 한 유공자는 “보철구 지급 숫자에 집중할 게 아니라 고품질 의수·족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