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 아래 한강에선 유람선과 수상오토바이가 흰 포말을 일으키며 시원하게 지나가고, 공원 잔디밭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돗자리와 텐트를 펴고 휴일을 만끽하는 9월 가을의 토요일 오후 한강공원에서 헨델의 메시아 중 ‘할렐루야’가 울려 퍼졌다.
여의도침례교회(국명호 목사)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설립 50주년을 맞아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한강르네상스음악회 ‘한강문화축제’를 개최했다. 교회는 서울시가 후원하고 교회 소속 예술인들의 재능기부로 진행된 음악회로 설립 반세기의 기쁨을 수백여명 서울 시민과 함께했다.
공연 시작 15분 전 무대 앞 의자와 계단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로 이미 가득 차 있었다. 교회 관계자 수십여명은 늦여름 더위 속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도 형광색 스태프 조끼를 착용하고 무대 수십미터 앞에서부터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안내했다. 또 음료와 팸플릿을 제공하며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음악회는 사회를 맡은 영화배우 신현준 정영숙씨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교회 권사인 정씨는 “여의도침례교회 50주년을 맞아 서울시와 함께 이웃을 어떻게 섬길까 고민하다 한강공원에서 음악회를 하게 됐다”면서 “밴드, 가곡,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첫 번째 공연은 밴드 몽니의 ‘그대와 함께’로 시작됐다. 빠른 드럼 반주와 경쾌한 기타연주가 시작되자 한강공원을 걷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공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명 뮤지컬 가수인 손준호 김소현 부부가 등장해 ‘향수’와 ‘The Prayer’를 듀엣으로 열창하자 객석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정의근 김충희 테너와, 박현주 소프라노는 해설이 있는 가곡과 오페라 무대를 선뵀다. 교회 연합찬양대가 ‘남촌’을, 마지막 순서에서 모든 출연자가 함께 ‘아름다운 나라’를 합창했다.
무대를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도 오랜만의 여유와 문화 축제에 즐거워했다. 이날 한강공원을 찾은 김수민(27)씨는 “친구와 한강공원에 놀러 왔다가 자주 듣던 밴드의 음악 소리가 들려와 공연장에 왔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음악으로 50주년 생일을 서울시민들과 함께하려는 교회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국명호 목사는 “코로나19로 야외 문화행사가 많이 제한됐었는데 시민 문화공간인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무료 음악회를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면서 “교회 설립 50주년을 맞아 교회 안에서만의 축제가 아니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