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말이나 4월 초 국내에서도 ‘꿈의 암치료’로 불리는 중입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간 1억~2억원의 큰 대가를 지불하고 중입자 치료기가 있는 독일 일본 등으로 원정 치료를 떠났던 암 환자들의 부담을 다소 덜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의료원은 신촌 세브란스병원 내 1만3000여㎡ 부지에 지하5층 지상2층 규모의 중입자치료센터를 준공하고 내년 상반기 치료를 시작한다고 19일 밝혔다.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중입자 치료는 싱크로트론(가속기)으로 탄소 원자를 빛의 70% 속도로 가속한 에너지빔을 환자의 암세포에 정밀하게 조사(照射)하는 방식으로, 현존 최고의 암치료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입자는 양성자(수소 원자)보다 질량비가 12배 높기 때문에 무거운 만큼 암세포가 받는 충격 강도가 크다. 중입자의 암세포 살상력은 방사선(X선) 및 양성자보다 2.5~3배 높다. 또 X선은 정상 조직 손상이 불가피한 반면 중입자의 경우 목표로 잡은 암 조직에서만 에너지의 대부분을 폭발하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 특성에 따라 다른 정상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된다. 암 환자가 겪는 부작용과 후유증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중입자치료센터에는 고정형 1대와 회전형(Gantry) 빔 치료기 2대가 설치됐다. 회전형은 360도 돌며 중입자를 쏘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암 부위에 집중 조사가 가능하다. 치료 횟수는 평균 12회로 X선·양성자 치료의 절반 수준이다. 환자 1명 당 치료 시간은 준비 과정을 포함해 15분 정도다. 연세암병원 김용배 부원장은 “고정형을 먼저 가동해 하루 7~8명씩 치료하고 6개월 간격으로 회전형 치료기도 운용할 계획”이라며 “치료기 3대의 풀 가동은 2024년 상반기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3대 모두 가동 시 하루 50명씩, 연간 1만8000~2만명의 암 환자가 치료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입자 치료는 혈액암을 뺀 모든 고형암(덩어리암)에서 가능하다. 김 부원장은 “고정형의 중입자 빔은 수평 방향으로만 조사되기 때문에 치료 부위가 신체의 정중앙에 있는 전립선암이 가장 용이하다. 그래서 전립선암 환자부터 치료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산소 부족 환경의 암에도 강력한 치료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저산소 암세포는 100배 이상의 X선을 쬐도 견디며 항암제 역시 침투가 어려워 치료가 까다롭다. 윤동섭 연세의료원장은 “중입자 치료는 5년 생존율이 30% 이하여서 3대 난치암으로 꼽히는 췌장암, 폐암, 간암의 생존율을 배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며 “골·연부조직 육종, 뇌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 희귀암 치료에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암 병기별로는 1·2기(국한·국소 단계) 환자가 주 대상이며 일부 3기 암도 제한적으로 치료 가능하다. 치료 비용은 독일이나 일본 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급여·비급여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알 수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