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 ‘반의사불벌죄’ 없앤다

입력 2022-09-17 04:09

법무부가 스토킹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16일 밝혔다.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범죄가 발붙일 수 없도록 하라”며 스토킹처벌법 보완을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법무부는 이날 대검찰청에 스토킹 범죄 엄정 대응을 지시하며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폐지하는 법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스토킹처벌법 18조 3항은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수사·재판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수사기관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피해자를 위협하는 보복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다.

법무부는 스토킹에 대한 초기 대응 조치로 가해자 위치추적 규정도 신설할 방침이다. 지난달 법무부는 전자장치부착 명령 대상을 스토킹 범죄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를 확대해 2차 스토킹 범죄와 보복 범죄를 예방할 계획이다. 검찰에는 스토킹 사건 발생 초기부터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 접근 금지, 구속영장 적극 청구 등을 지시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전국 60개청 스토킹전담검사 89명이 참여한 긴급 화상회의에서 ‘취임 1호 지시’로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 안전을 가장 중심에 놓고 판단하라”고 주문했다. 구속영장 청구 및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치 등을 모두 동원하라는 취지다. 경찰청 지휘부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스토킹 신고 대응체계와 피해자 보호 조치 등 정책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0년 이상 논의만 이어져 온 역무원과 지하철 보안관에게 사법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역무원과 지하철보안관은 사법경찰권이 없어 승객이 폭행 등 행위를 하더라도 사건 초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 오 시장은 스토킹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과 거주지 주변 CCTV 설치 계획도 밝혔다.

양민철 김판 김이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