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이 15일 오후 방한했다.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방한은 2015년 6월 당시 장더장 상무위원장 이후 7년여 만이다.
리 상무위원장은 2박3일 일정으로 66명의 대규모 수행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달 초 방한한 데 이어 약 한 달 만에 중국 권력 3위 인사도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리 상무위원장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또 같은 날 김진표 국회의장과 한·중 국회의장 회담을 통해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정상화, 북한의 핵 도발 위협,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등 한·중 간 민감한 현안들과 관련해 중국 최고위급 인사인 리 상무위원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리 상무위원장의 윤 대통령 예방을 통해 한·중 정상회담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해외 순방이 본격화되면서 시 주석의 방한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의 방한은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 7월이 마지막이다. 문재인정부 때도 시 주석의 방한이 적극 추진됐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의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리 상무위원장의 이번 방한이 시 주석의 방한을 대신하기 위함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국 관계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최고위급인 리 상무위원장을 시 주석의 ‘대타’로 보냈다는 해석이다.
리 상무위원장은 방한 기간 중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정을 두고 한·미가 공급망 분야에서 밀착하는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리 상무위원장의 공항 영접은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이 맡았다. 지난달 펠로시 의장 입국 당시 국내 의전 인력이 아무도 공항에 나가지 않아 ‘의전 홀대’ 논란이 일었던 상황과 대비된다.
리 위원장은 “수교 30년을 맞아 양국이 (더) 좋은 관계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이 사무총장은 “좋은 결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당초 두 사람은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팔꿈치를 맞대며 인사하기로 했으나 리 위원장이 “괜찮다”며 손을 내밀어 악수와 함께 인사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