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선출이 경선 방식으로 치러지게 됐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 중심으로 ‘주호영 합의 추대’ 시나리오가 급부상했지만, 재선의 이용호 의원이 15일 첫 출사표를 던지고 나서면서 추대론은 불발됐다.
주호영(사진) 의원의 선택에 따라 차기 원내대표 선출 구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주 의원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후보 등록일인 17일(토요일) 오후까지 출마 여부를 고민해 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주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서도 “전체 상황을 보고 있다”면서 “답을 안 드리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추대설까지 나왔던 만큼 주 의원이 경선에 뛰어들 경우 의원들의 표심이 쏠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추대와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주 의원이 국회 전반기 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지낸 만큼 1년5개월 만에 다시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나온다.
이날 합의 추대와 경선 여부를 두고 지속되던 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이 의원의 출마선언이었다.
이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그 인물, 다시 그 구도’를 확실하게 벗어버리고 계파를 파괴하고, 선수를 파괴하고, 지역구도를 타파해 새로운 모습으로 당을 탈바꿈시켜야 한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자천타천으로 10명 안팎까지 거론되던 주자들 중 첫 출마선언이었다.
이 의원은 “당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추대보다는 건전하고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 ‘눈치작전’을 벌이던 다른 주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4선 김학용 의원, 3선 박대출·윤영석·윤재옥·이종배·조해진 의원 등이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관심은 주 의원의 경선 참여 여부에 쏠리고 있다.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사퇴를 선언하면서 친윤 의원들을 중심으로 주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급부상했다.
법원의 ‘가처분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진석 비대위’가 다시 멈춰 서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한 중진의원은 “최악의 경우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겸해야 할 텐데, 주 의원이 적임자”라고 말했다.
실제 이준석 전 대표 측은 이날 2차 비대위에 임명된 비대위원 6명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추가로 법원에 제기했다. 이미 해산된 1차 비대위원들에 대해 제기했던 가처분 신청은 취하했다.
이런 상황에서 출마 결심만 한다면 주 의원 쪽으로 표심이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부 주자들이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추대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란 얘기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이 엄중한 상황인 만큼 모양새가 좋게 끝나면 좋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동안 주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당에서 추대를 한다면 수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다른 의원들과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는 피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차례 원내대표를 지낸 주 의원이 재차 경선에 참여해 선수가 낮은 후배 의원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은 주 의원에게 부담이다. 법원 결정으로 해산된 ‘1차 비대위’ 위원장을 맡았었다는 ‘꼬리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현수 강보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