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얼어붙자… 리츠 상품도 매서운 찬바람

입력 2022-09-16 04:07
연합뉴스

주요 금융사가 국내 증시에 상장한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줄줄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리츠는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산 뒤 생기는 이익을 배당하는 회사인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자 열기가 식은 탓이다. 리츠 못지않은 금리를 제시하는 금융 상품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15일 1154.22에 거래를 마친 ‘KRX리츠TOP10’ 지수는 15일 종가 기준 1016.44까지 하락했다. 3개월 새 12%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1.45%) 대비 낙폭이 컸다. KRX리츠TOP10은 코스피 시장 상장 리츠 중 시가 총액 상위 10개 종목 주가를 바탕으로 산출한 지수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 신한알파리츠, NH올원리츠 등 주요 금융사 리츠가 다수 포함돼 있다.

최근 리츠 상품을 바라보는 투자자들 시각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2010년대 들어 주요 선진국이 앞다퉈 돈을 풀면서 세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개인 투자자 자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리츠 상장이 최근 몇 년 새 줄을 이었었다. 하지만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데다 증시 불안정성마저 커지면서 투자자 선택지도 달라졌다.

지난해 전체 운용 리츠 평균 배당 수익률은 6%대 초반인데 최근 저축은행권 1년 만기 예금 상품 금리는 연 4%까지 올랐다. 만기 예금은 주가 하락 위험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츠를 선택할 매력이 크지 않은 셈이다. 시중 금리가 오르면 리츠가 부동산을 매입할 때 끌어다 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배당 수익률이 하락하기도 한다.


리츠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KB금융그룹은 첫 상장 리츠 ‘KB스타리츠’를 선보였다. KB스타리츠는 위축된 투자 심리를 의식한 듯 연 7.76% 배당 약속을 내걸었다. KB금융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상장 전 투자 유치 때 모집 자금의 60%가량인 2200억원을 KB금융 계열사가 댔고 상장 업무는 KB증권이 단독으로 맡아 청약 실권주 발생 시 전량을 떠안기로 했다.

KB스타리츠는 벨기에 ‘갤럭시타워’와 영국 ‘삼성유럽HQ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갤럭시타워는 벨기에 재무부가, 삼성유럽HQ빌딩은 삼성전자가 각각 임차하고 있다. 갤럭시타워를 살 때 받은 대출 금리는 연 1.2%, 삼성유럽HQ빌딩은 2.31%다. 모두 고정형이라 금리 상승 위험도 해소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비슷한 상품이 저조한 성적을 거둔 점은 위험 요소다. 벨기에 연방 정부 산하 건물관리청이 임차 중인 ‘파이낸스타워’를 보유하고 있고 연 8%대 고배당을 지급하는 JR글로벌리츠 주가는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B스타리츠는 보유 자산 임차인이 안정적이고 대출도 금리 고정형이라 안정적인 배당 수익이 기대된다. 최근 상장 리츠 주가 흐름이 나쁘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