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7조의 위헌성을 가리는 헌법재판소 첫 공개변론에서 재판관들의 질문은 이적표현물 소지 처벌 조항에 집중됐다. 청구인 측은 제한이 불가능한 ‘양심 형성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법무부 측은 무기·마약 소지를 처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맞섰다.
헌재는 15일 국가보안법 7조 등에 관한 헌법소원·위헌제청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심판대에 오른 국가보안법 7조 1·3·5항과 2조 1항 중에서도 주로 거론된 건 ‘이적표현물 소지 처벌’ 부분이었다. 이 조항은 2015년 합헌 결정 당시 3명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던 부분이기도 하다.
청구인 측은 “소지·취득 행위는 전파의 이전 단계인 만큼 이를 처벌하는 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석태 재판관이 “소지 행위 자체가 유통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는 질문을 던지자, 청구인 측은 “어떤 생각으로 소지하게 됐는지 당사자의 내면을 추단할 수밖에 없는데 그 자체가 양심 형성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한”이라고 답했다.
이 재판관은 법무부 측에도 “해당 조항은 결국 생각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란 비판이 있다”고 물었다. 법무부 측은 “형사법은 무기, 마약,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또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소지하는 해악이 마약 소지의 위험성보다 낮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소지 행위는 양심 형성이 아닌 실현의 자유이며, 헌법 37조 2항에 따라 제한 가능한 상대적 기본권으로 봐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영진 재판관은 2015년 마지막 헌재 결정 이후 선례를 바꿀 만한 사정변경이 있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청구인 측은 최근 공직선거법 규제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점을 언급하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변경된 사정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과거에는 술자리에서 북한 혁명가요만 불러도 처벌이 됐지만, 현재는 광화문광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환영식을 연 경우에도 이적 목적이 없다면 무혐의 처분이 된다”고 설명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