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력 개선 30%뿐… 병사 봉급 인상·복지에 70% 쏟아붓는다

입력 2022-09-16 04:05
내년도 정부의 국방 예산 중 군사력 건설을 위한 방위력 개선비는 전년 대비 2.0%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전력 운영비는 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강원도 화천군에서 15일 진행된 육군 2공병여단·3기갑여단 훈련에서 전차와 장갑차가 부교를 이용해 강을 건너는 모습. 연합뉴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담긴 국방 예산 57조원 중 3분의 2는 전력 증강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병력·전력 운영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방위력 개선비 비중은 3분의 1에 그쳤다.

2023년도 예산안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국방 예산이다. 15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4.6% 증가한 57조1268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8.9%를 차지한다. 정부 총지출 증가율이 8.9%에서 5.2%로 대폭 감축된 상황에서도 국방 예산 증가율은 3.4%에서 4.6%로 오히려 확대 편성됐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각각 18.0%, 10.2% 감소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무기’보다 ‘복지’ 방점 둔 국방 예산


국방부는 “국방 예산 증가율은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을 제외한 중앙정부의 12개 지출 분야 중 외교·통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국방 예산 증가율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8.2%)부터 2022년(3.4%)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2023년 반등했다.

국방 예산 중 특히 증가율이 높았던 것은 인건비 등 전력 운영비다. 군사력 건설을 위한 방위력 개선비는 전년 대비 2.0%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전력 운영비는 5.8% 증가했다. 병 봉급 인상과 의식주의 획기적인 개선, 간부·지휘 복무여건 개선 등 장병 사기 진작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단계적 병 봉급 인상과 내일준비적금 정부 지원비율 확대(33%→71%)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병 봉급 인상은 단기복무장교·부사관 수당 인상 등 연쇄적 인건비 인상을 불러온다. 정부는 지원율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단기복무장려금 50% 인상도 함께 추진하고, 간부들에 대한 지휘·복무여건 개선을 위해 2017년 이후 동결됐던 소대지휘활동비도 2배로 인상키로 했다.

이밖에 기본급식비를 1만3000원으로 2000원 인상하고, 최신식 조리기구와 식기류를 보급하는 동시에 민간조리원 117명을 증원했다. 병영생활관 개선도 이뤄진다. 이에 따라 ‘장병보건 및 복지향상’ 예산은 전년 대비 무려 53.0%나 증가했다.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인건비만 20조5744억원으로, 전체의 36.0%가량을 차지하는데 여기에 밥값 등 각종 복지비를 더하면 전력·병력 운영비 비중은 70.2%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군다나 국방 예산 증가율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25년 병장 급여가 200만원이 넘도록 인상을 추진 중이다. 이 여파로 장교, 부사관에 대한 급여 인상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국방부는 이번 예산의 ‘건전재정’ 기조에서 예외적으로 높은 예산 증가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며 “하지만 내년 예산을 보면 방위력 예산보다는 다소 불필요한 복지 예산 등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혜 중 특혜’ 군인연금 개혁 탄력받나

공적연금 중 ‘특혜 중의 특혜’로 꼽히는 군인연금 개혁이 이번 정부에서 탄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군인연금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과 달리 2016년 연금개혁에서 빠지면서 기존의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단 군인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저부담·고급여’ 구조다. 2019년 기준 군인연금의 1인당 월평균 수령액은 272만원으로, 공무원 연금은 이보다 적은 237만원, 국민연금은 40만원으로 집계됐다. 또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은 자신의 월 소득에서 18%를 연금보험료로 내지만 군인연금은 14%에 불과하다. 반면 받는 연금액 격인 지급률은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이 1.7%인 반면 군인연금은 1.9%다.

연금 지급 조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국민연금 모두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군인연금은 지급 요건인 20년 이상 재직 기간만 채우면 연령과 상관없이 전역 다음 달부터 바로 지급된다. 때문에 군인연금에 대한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실정이다.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적자 전환돼 정부 국가보전금이 투입되기 시작됐다. 국방부가 국회 예산정책처에 제출한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보전금 규모는 2040년 5조368억원을 넘어선 뒤 2060년에는 10조8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군인연금의 경우 국민연금 등 다른 사회보장성기금과 비교할 때 수익률이 유독 낮다. 지난해 사학연금기금은 11.95%, 국민연금은 10.86%의 수익을 기록했지만 군인연금은 2.93%에 그쳤다. 재정 당국 관계자는 “예산과 연금 모두 군인 특혜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