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도 신라면도 오른다… 서민 울리는 가공식품 ㅜㅜ

입력 2022-09-16 04:08
오리온 초코파이가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자코너에 진열돼 있다. 오리온은 이날부터 16개 상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했다. 초코파이 한 상자의 값은 4800원에서 5400원으로 올랐다. 연합뉴스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 도미노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뛰는 물가에 가공식품까지 가세한다. 라면업계 1위 농심과 제과업계 1위 오리온은 신라면, 초코파이 등의 주요 제품 가격을 올렸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 급등 영향까지 받으면서 제조 원가 압박이 거세다.

오리온은 15일부터 전체 60개 생산제품 가운데 파이, 스낵, 비스킷 등의 16개 제품 가격을 평균 15.8% 인상했다. 인상률은 초코파이 12.4%, 포카칩 12.3%, 꼬북칩 11.7%, 예감 25.0% 등이다. 편의점 기준으로 초코파이 1상자(12개입)는 4800원에서 5400원, 포카칩(66g)과 꼬북칩(80g)은 1500원에서 1700원이 된다. 오징어땅콩, 다이제, 고래밥, 닥터유 에너지바·단백질바, 마이구미 등의 44개 제품 가격은 인상하지 않는다.

오리온은 “지난달 기준으로 유지류, 당류, 감자류 같은 원재료 가격이 전년 대비 최대 70% 이상, 제품 생산과 물류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은 배 가까이 뛰었다. 제조원가 급등 탓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원부자재 가격과 에너지 비용이 하향 안정화하는 경우 제품 양을 늘리거나 제품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리온은 2013년 12월부터 약 9년 동안 제품 양을 늘리고 가격을 동결했다. 1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가격을 묶어왔던 오리온마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만큼 원가 상승 압박은 심각하다.

농심도 라면류 가격을 평균 11.3%, 스낵류를 평균 5.7% 올린다. 출고가 기준으로 짜파게티는 13.8%, 신라면은 10.9%, 너구리는 9.9%, 새우깡은 6.7%, 꿀꽈배기는 5.9% 인상한다. 대형마트 평균 판매가로 보면 짜파게티는 개당 856원에서 974원, 신라면은 736원에서 820원, 새우깡은 1100원에서 1180원이 된다. 농심은 약 3주 전에 가격 인상 시점을 예고했었다.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에서는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서민식품 라면의 값을 올리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한다.

원가 상승 압력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농심의 2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으로 매출 7562억원, 영업이익 43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 매출은 17%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75%나 감소했다. 국내에서 영업손실은 30억원에 이르렀다. 농심이 국내 시장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는 24년 만이다.

팔도는 다음 달 1일부터 12개 브랜드의 라면 가격을 평균 9.8% 올린다. 공급가 기준으로 팔도비빔면은 9.8%, 왕뚜껑은 11%, 틈새라면빨계떡은 9.9% 인상된다.

가공식품의 잇따른 가격 인상은 예견된 일이었다. 상반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상기후 현상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했던 게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구매한 원·부자재 가격은 통상 3~6개월 뒤에 반영된다. 지난 4월 급등했던 원·부자재 가격 인상은 하반기 원가 압박으로 나타난다.

또한 환율 급등이 돌발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상반기에 구매한 원재료는 대부분 달러로 결제된다. 결제 대금은 한국에 원재료가 들어오는 시점의 환율을 적용해 계산한다. 환율이 계속 오르면 다른 인상 요인이 전혀 없어도 원재료 수입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소비자 저항’이 상당할 수 있어서 매우 조심스럽다”면서 “하지만 지금처럼 수익성 악화가 이어진다면 임직원, 납품업체, 주주 등이 모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제품 가격 인상을 심사숙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