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시한폭탄 같은 성격으로 남들 못살게 굴던 ‘싸가지’… 복음에 눈뜨고 하나님 말씀 나눠드리는 귀한 딸 돼

입력 2022-09-19 03:04

나로 인해 엄마는 참 마음고생이 많았다. 교회 유아실에서 닥치는 대로 아이들을 꼬집고, 깨물고, 때렸고, 피아노학원에서는 귀찮게 하는 남자 아이 머리를 연필로 찔러 피를 내기도 했다. 남동생 친구가 전화를 하면 욕부터 퍼붓고 집에 놀러오면 소리를 질러 내 쫓아 ‘싸가지 없는 누나’라는 소리도 들었다.

20대 초에 들어간 직장에서 처음에는 참 편하게 일을 했는데 점점 일이 많아지며 퇴근이 늦어져 어느 날 심한 짜증을 냈다. 그 모습을 본 대리가 “야! 부모님이 딸 교육 참 잘 시키셨다!”고 했다. “쳇! 대리님도 만만치 않거든요? 부모님이 참 교육 잘 시키셨네요!” 하고 맞받아치고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동대문에서 옷을 팔 때, 어느 분이 계속 고르며 중얼거려 “살 거면 사고 말거면 말지! 지금 장난해?” 하며 싸웠다. 또 어느 아주머니가 “이거 얼마야?” 하며 반말을 하길래 “어! 그거 2만 5000원”이라고 했다. “이거 좀 입어볼게!” 하자 또 “어! 입어봐!” 하며 끝까지 반말로 대꾸했다.

엄마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뭐든지 다 엄마에게 시켰다. 그러다 보니 은행의 현금지급기를 쓸 줄도 몰랐고,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 조금만 건드리면 욕설까지 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내가 쟤를 왜 낳았나! 저것도 자식이라고 낳고 미역국을 먹었나!’며 늘 한탄하셨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내 자신이 무척 싫었다. 주위사람들은 또 얼마나 나를 싫어할까 싶어 퇴근하면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TV만 보았다. 사람들과 단절되니 대인기피 현상이 생기고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친가, 외가 모두 모태신앙이다. 그런데 20대 초에 부모님의 이혼으로 나는 엄마와, 남동생은 아빠와 살았다. 습관처럼 다니던 교회도 발을 끊고 방황할 때, 통 연락이 없던 남동생이 찾아와 다짜고짜 예수님이 부활하여 지금도 살아계시는데 우리가 그동안 예수님을 믿지 않아 속고 살았다며 흥분했다. ‘뭐야? 쟤 미친 거 아니야?’ 교회도 나가지도 않고 게임중독에 빠졌던 동생의 변화는 충격이었다. 그런데 동생은 날마다 찾아와 같은 얘기를 거듭했다.

끈질기게 찾아온 지 일주일쯤 되던 날, 이상하게도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어야 한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리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지 않고 내가 주인 되어 사는 것이 죄라는 말이 마음에 들리며 동생의 말에 집중하면서 사도행전을 읽었다. 그런데 3년 넘게 옆에서 수많은 기적을 본 제자들이 예수님을 하나님이라고 고백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정작 십자가에 달리실 때는 모두 도망가는 모습에 너무 의아했다. 내 고민을 아셨는지 성령께서 모든 사람이 믿을 만한 증거는 부활이라는 것을 사도행전 17장 말씀으로 선명히 비춰주셨다. ‘부활이구나! 부활로 예수님이 누구신지 알 수 있구나!’ 그제야 동생의 말을 정확히 알아들었다.

오래 교회에 다녔어도 내 인생은 내 것이었는데 그런 나를 위해 아들을 내어주신 하나님의 사랑 앞에 나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남들을 못살게 굴었던 것들이 모두 내가 주인이었기 때문임을 알게되자 눈물로 회개하고 내가 차지했던 주인 자리를 온전히 예수님께 내어 드렸다.

예수님을 만나고 건물 임대관련 일을 하는 새 직장에서 일했다. 수시로 고객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었지만, 기쁨은 스트레스를 눌렀다. 영광씨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일 한다고 칭찬하는 직원들의 마음도 열리며 복음을 받기 시작했고, 퇴근길에 직원과 집을 지나쳐 근처 카페까지 가서 복음을 전해 결국 예수님을 영접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항상 내 눈치만 보던 엄마에게 너무 죄송하여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며 품에 안겼다. 나를 꼭 안아 주는 엄마의 넓은 가슴에서 나를 품어주신 예수님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졌다. 그 후, 작은 것들부터 하나씩 배워가며 하나님의 말씀을 나눠드리는 귀한 딸이 되었다. 엄마가 이사하던 날, 몰래 모아 두었던 5000만 원을 엄마에게 드렸더니 감격으로 말을 하지 못했다. 마침 작은교회 식구들이 달려와 이사를 도와주고 함께 예배도 드렸다. 때맞춰 하나님께서는 사랑으로 아이들을 품고 무릎으로 섬길 수 있는 교회 중고등부 교사로 부족한 나를 불러주셨다.

얼마 후 ‘왕 싸가지’라는 제목으로 내 간증이 TV 방송으로 나갔다. 숨기고 싶은 치부까지 너무 솔직히 오픈하여 잠시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염려가 들었는데, 하나님께서는 오히려 내 중심을 귀하게 본 형제를 보내 주셔서 공동체의 축복 속에 결혼을 했다.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께서 작은 교회를 세워주셔서 매주 집에서 예배를 드렸다. 어느 형제는 우리 신혼집으로 바로 퇴근하여 함께 식사를 하며 교제하고, 다른 형제들도 복음으로 하나가 되었다.

지금 나는 물리치료사인 남편과 함께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몸이 아파 병원에 오는 환자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면서 잊지 않고 복음을 전한다. 남편과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가며 몸은 물론, 마음까지 치유되는 역사를 날마다 본다. 이 땅에서 진정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오직 주님이 원하시는 길만 걸어갈 것이다.

주영광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