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전달된 경기남부경찰청의 ‘성남FC 후원금 사건’ 보완수사 결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제3자뇌물공여’ 혐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두산그룹에 자신이 구단주인 성남FC를 후원하게 하고, 두산의 분당구 병원 부지를 상업용지로 변경해 줬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공여’라 했지만 형법 죄명표대로 따지면 ‘제3자뇌물수수’가 보다 정확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무원이 누군가로 하여금 본인 주변에 뇌물을 건네게 하고 실질적으로 받은 행위를 처벌하는 법이라는 점에서, 설명하는 각도에 따라 ‘공여’와 ‘수수’가 혼용된다고 법률가들은 말했다.
이 죄명이 독특한 점은 단순수뢰와 달리 ‘부정한 청탁’에 따른 대가관계가 입증돼야 유죄라는 데 있다. 다만 이때의 ‘부정’이 꼭 ‘위법’의 범위로만 좁혀지지 않고 그보다 비교적 넓은 부당거래를 종합 판단 하는 것이라고 법관들은 말했다. 대법원은 과거 제3자뇌물죄 사건들에서 “청탁 대상인 직무행위가 구체적일 필요는 없고, 묵시적 의사 표시라도 무방하다” “실제 부정한 처사를 했을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판시했었다.
이 때문에 정식 계약에 따라 이뤄진 후원임에도 뇌물로 인정된 전례가 적잖다. STX그룹 강덕수 회장에게 장남의 요트 회사와 후원계약을 맺도록 부탁해 7억7000만원이 지급되게 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은 제3자뇌물죄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정 전 총장과 STX 사이에 방위사업 도움과 관련한 ‘암묵적 양해’가 있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당시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판단 기준”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국정농단 사태 처벌 과정에서 법원이 보는 ‘부정한 청탁’ 범위가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제3자뇌물죄로 확정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행위가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을 주도한 이 센터에 16억원을 지원했는데, 이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판단됐다. 삼성에는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이 있었고, 이와 관련한 ‘묵시적이고 부정한 청탁’이 이뤄졌다는 것이 대법원 결론이었다.
성남FC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두산이 실제 이 대표에게 후원금을 고리로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이 대표가 시장 권한을 남용해 사기업에 막대한 이득이 돌아가게 했는지 등을 규명하는 데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2014년 10월 두산이 성남시에 보낸 공문을 유의미하게 봤다. 공문에는 “두산계열사 사옥 신축 시…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후원 등의 방법으로 공공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반영”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두산건설은 2014~2016년 성남FC에 55억원을 후원했다. 성남시가 병원 부지 용적률을 상향하고 기부채납 면적을 14.5%에서 10%로 축소해준 것에 대한 대가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페이스북에 “성남시 소유인 성남FC가 용도변경 조건으로 광고비를 받았다고 가정해도 시민의 이익이 된다”는 글을 올렸었다.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애초 제3자가 받는 것이 제3자뇌물죄의 전제이며 제3자가 받을 때 공무원으로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라며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죄 여부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경원 임주언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