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울트라 스텝 전망에 환율 치솟고 증시 요동

입력 2022-09-15 04:05
미국발 물가 쇼크가 글로벌 경기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일 1390.9원으로 치솟았고 코스피는 1.56% 급락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주요 지수가 표시된 모습. 이한결 기자

미국발(發) 물가 쇼크에 원·달러 환율이 14일 1400원 선에 육박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미국이 다음 주 ‘울트라 스텝’(기준금리 1.0% 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의 충격은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미국의 공격적 긴축 전망에 얼어붙은 글로벌 경기가 한국 경제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7.3원 오른 달러당 1390.9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390원을 넘은 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3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20원 넘게 오르면서 1395.5원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어 전년보다 8.3% 상승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국내 증시도 요동쳤다. 미국 물가가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1% 이상 주저앉았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6% 하락한 2411.42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에 장중 한때 2381.50까지 떨어졌다가 낙폭을 일부 줄였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1.74% 내린 782.93에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한다는 시나리오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연준이 이런 예상을 뛰어넘어 1.0% 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더 강력해진 긴축 기조를 감안할 때 원·달러 환율이 연내 1400원 선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수출 의존형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강달러 현상 때문에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만드는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미국·유럽의 경기침체 리스크’ 보고서에서 “최근 미국과 유럽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금리 인상 가속, 에너지 수급 차질 심화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기존 점진적 인상 기조를 바꿔 기준금리 인상 폭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강달러 현상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은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한은은 당분간 0.25%씩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회의를 열고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주요국의 금리 인상 폭과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이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