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적 제거에 국가역량 소모 말고 민생에 주력하시라”

입력 2022-09-15 04:04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4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참배 후 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도 정쟁 또는 야당 탄압, 정적 제거에 너무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전방위적 수사에 대해 침묵을 지켰던 이 대표가 정부·여당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가 자신을 겨냥한 검찰·경찰의 압박에 반격 모드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대표는 또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그러나 인사 성격의 자리여서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회동에 배석한 안호영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대리인으로 충직하게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민생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 대한민국의 경제산업 발전에 조금 더 주력해주시기를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국정이 매우 불안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겨냥한 수사와 기소에 대해 거리두기를 해왔던 이 대표가 작심하고 여권을 향해 ‘야당과 정적을 탄압하지 말고, 민생 챙기기에 주력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 대표는 ‘성남 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과거 불송치 결론과 달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에 대해 “경찰에 물어보세요. 왜 뒤집혔는지”라고 공격적으로 말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이후 ‘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결과가 뒤집혔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다만, 이 대표는 ‘경찰 수사 결과를 어떻게 보느냐’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는데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 여사를 예방했다. 권 여사는 이 대표에게 “어려운 민생을 잘 챙기고, 사회적 약자를 잘 보살피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안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는 권 여사에게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화답한 뒤 다양한 주제로 환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예방에 앞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방명록에 “실용적 민생개혁으로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예방에 대해 새 지도부 출범에 따른 의례적인 인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탄압받는 정치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해 지지층을 더욱 강하게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야말로 평생 정치 탄압을 이겨낸 대표적인 정치인 아니겠느냐”라며 “지금이야말로 외압에 굴하지 않았던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핵무력 법제화’를 선언한 북한에 대해 연일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북측이 이렇게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하는 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가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지만, 담대한 구상에 담대한 해법도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위협적인 행동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윤석열정부가 위기 상황 대처에 미흡하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최승욱 김승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