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불공정 거래나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엄단 기조를 한층 선명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웠던 데다 검사 특유의 강골 기질까지 겹친 영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 실세로 관치금융을 재현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이 원장 실세 이미지가 부각된 계기는 은행의 과도한 이자 장사에 대한 압박 발언이었다. 이 원장은 지난 6월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모은 간담회에서 “은행들은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 같은 날 윤 대통령도 ‘이자 부담’ 문제를 거론했으며, 이후 여당 정치인들도 같은 맥락 발언을 이어갔다.
이 원장은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에디슨모터스 등 불공정거래 혐의 사건을 검찰에 패스트트랙(신속 수사전환) 사건으로 이첩했다. 검찰과의 공조가 한층 강화된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또 시중은행의 비정상 외환 거래 문제에 대해선 검사 인원을 늘리며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했다. 예대금리차뿐 아니라 신용카드 리볼빙 수수료 문제에 대한 개선안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금융권에선 “시장 자율에 맡길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 원장은 “헌법과 은행법에서 정한 은행의 공적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되레 압박 수위를 높였다. 금감원 내부에선 금융위원회의 ‘태클’이 줄어들었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과거엔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 그런 그림은 나오기 어렵게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후광 효과가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검찰 편향 인사 논란 당시 윤 대통령은 “경제학과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 “아주 적임자”라며 이 원장을 치켜세웠다.
이 원장은 반팔 차림으로 직원들과 격의 없는 자리를 만드는 등 딱딱한 검사 이미지를 벗는 데 애쓰고 있다. 그는 1972년생으로 최연소이자 최초의 부장검사 출신 금감원장이라는 타이틀을 부담스러워 한다고 한다. 이에 비해 금감원을 지도·감독하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모습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투자 손실 애로가 큰 저신용 청년’ 등에 대한 금융 부문 민생 안정 과제를 추진하면서 빚 탕감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금융위원장보다 외부 활동을 이처럼 활발히 한 전례는 없었다”면서 “금융위 위에 금감원이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