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가 전남 신안군청이 추진 중인 기독교 관련 관광사업을 ‘종교 편향’이라며 문제 삼자 교계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교계 안팎에서는 불교계가 오히려 종교갈등을 부추기고 국민화합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기공협·대표회장 소강석 목사)는 14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총연합 회의실에서 ‘정부의 종교정책과 불교계의 종교 편향 주장’이란 주제로 발표회를 했다.
기공협에 따르면 조계종 등 불교계는 지난달 초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종무실장과 박우량 신안군수를 찾아 신안군이 추진 중인 관광 문화 사업에 문제를 제기했다. 기점·소악도 일대를 ‘섬티아고’ 순례길로 선정하는 등 기독교 관련 주제를 관광 상품화 한 신안군의 정책을 ‘종교 편향’이라 주장했다. 또 고(故) 김준곤 목사의 생애를 조명하는 선양학술심포지엄 개최를 신안군이 지원한 사례도 문제 삼았다.
이에 김철영 기공협 사무총장은 “신안군 출신인 김 목사는 6·25전쟁 당시 가족을 학살한 가해자들을 예수의 사랑으로 용서해준 사랑의 목자”라며 “종교와 이념을 초월했던 인물”이라고 항변했다. 또 해당 사업과 관련 “교계 지도자들이 편파 행정이나 특혜를 누린 일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황종환 지식공유상생네트워크 이사장은 지식재산전문가 자격으로 신안군의 사업 타당성을 살폈다. 황 이사장은 “‘십이사도 예배당’은 예배를 위한 건축물이 아니라 섬티아고를 이루는 단순한 관광문화 조형물”이라며 “종교시설과 단순 관광 문화상품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신안군이 6·25 당시 주민들을 돕다 순교한 문준경 전도사가 묻힌 증도를 관광 상품화한 것도 “관광문화상품 발굴에 있어 가장 매력적인 소재는 역사적 이야기가 있는 성지의 발굴이다. 신안군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봤다. 종교편향으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공협 법률위원장인 권순철 변호사는 오히려 불교에 편향된 정부 예산을 짚었다. 권 변호사는 “문체부 종무실의 2021년 ‘종교문화시설 건립’ 예산을 보면 불교계에 47억여원을 지원했지만, 기독교는 9억여원에 불과했다”며 “국내 문화재의 65% 이상이 불교 문화재이므로 이를 유지·관리하는 예산이 불교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 있다”며 “하지만 ‘종교문화시설 건립’은 현재 종교 현황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는 종교 갈등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세계성시화운동본부 대표회장인 김상복 목사는 “군수는 신안을 살리려고 모든 노력을 다한 것이지 특정 종교를 편애하는 행정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불교와 기독교 간의 오해가 풀리고 불편한 관계가 개선돼 평화로운 종교문화가 꽃피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성결교회연합회(대표회장 신현파 목사)도 이날 성명을 내고 “신안군의 기독교체험관 건립은 종교차별이라고 할 만큼 행정·재정적 지원이 편파적이지 않다”며 “(불교계는) 종교편향 주장을 중단하고, 국민화합을 위한 종교의 역할에 충실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보혁 박용미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