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發 고물가 쇼크, 경기 침체 장기화 대비하라

입력 2022-09-15 04:01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13일(현지시간) 한 트레이더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발 고물가 쇼크가 금융시장을 공포로 내몰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8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8.3%로 시장 전망치(8.0%)를 훨씬 웃돌았기 때문이다. 전월 대비 지수도 0.1% 포인트 하락 전망과 반대로 0.1% 포인트 올랐다. 그간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2차례 연속 밟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이 먹히지 않은 것으로, 시장은 이를 고물가의 장기화 신호로 받아들인다. 월가에선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1.0% 포인트 인상하는 울트라 스텝 전망까지 급부상했다.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가 전월보다 0.6%나 올랐다는 점이다. 유가 내림세에도 불구하고 수요 측면의 인플레가 잡힐 기미가 안 보인다는 뜻이다. 따라서 연준은 ‘수요 파괴’, 즉 소비를 강제로 줄이기 위해 고강도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어 생산 감소와 실업 확대 등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 뉴욕 증시가 이날 2년3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데 이어 한국의 코스피도 14일 장중 2400선을 내주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00원에 근접하는 등 금융시장이 공포에 빠진 건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정작 미국은 견조한 노동시장과 가계 재정 덕분에 경기 침체 충격이 덜하다. 공급 충격 진원지인 유럽도 마찬가지다. 반면 6개월 연속 무역적자와 가계부채 수렁에 빠진 한국 경제가 과연 미국발 물가 쇼크를 버텨낼지 걱정이 앞선다. 애초 올 연말까지 0.25% 포인트씩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을 예고한 한국은행으로선 미국과의 금리 차를 좁히기 위해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은 내부에서조차 금리 인상 기조를 내년까지 이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양국의 기준금리는 2.5%로 같지만 미국의 인상 속도에 맞추려면 가계대출 이자 급증 등 고금리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정부로선 고물가 장기화 및 고금리 대처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윤석열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자영업자 위주의 가계부채 대책과 부동산 대책 등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아직 구조조정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한계기업이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위기 시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적 부실들을 가려내는 선제 방안도 절실하다. 정쟁에 매몰된 정치권도 하루빨리 미몽에서 깨어나 고물가 극복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