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기한(13일)을 넘겨 무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송부를 요청했지만, 여야가 보고서 채택에 합의할 가능성이 별로 없는 듯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4일 “괜한 시간 낭비하는 게 아닌지”라고 말할 정도다. 이 후보자 외에도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도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후보자의 경력이나 신상에 중대한 결격 사유가 있다면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될 수 있다. 그런데 이 후보자가 그런 경우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이 후보자는 다주택자였던 적도 없고, 위장전입도 없었으며, 골프는 할 줄 모르고, 자녀는 일반고를 나와 정시로 대학에 갔다. 인사청문회 당시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선비이신 것 같다”고 말했다. 강경파인 민주당 김남국 의원도 “주변 평가가 좋은 것 같다”고 이례적으로 호평했다. 민주당이 이 후보자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지난 정부에서 시작됐던 사안이다. 김 여사 관련 수사 역시 지난 정부에서 진행됐다. 게다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해 이 후보자가 보고도 받지 못하는 사안이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0년에 도입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공직사회의 도덕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후보자의 역량과 비전을 검증하는 대신 지나친 정쟁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출범 4개월 된 윤석열정부에서 민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후보자가 벌써 11명에 달한다.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야당의 청문보고서 채택 거부로 임명 강행된 장관급 인사가 30명이 넘는다. 정쟁과 꼬투리 잡기,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임명 강행의 악순환이 습관화됐다. 부적격 후보를 걸러내는 과정은 필요하다. 다만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는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