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그동안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공군 내 부실 수사 및 2차 가해 사실과 그에 대한 책임자를 규명했다. 소속 부대 상관들의 2차 가해와 폐쇄적 군대 문화 등이 얽혀 이 중사가 스스로 삶을 마감토록 했다는 게 특검 수사 결론이다.
안 특검은 13일 “피해자인 이 중사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상급자들이 오히려 가해자 걱정을 먼저 했다”며 “기존 국방부·군특임검사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범죄 사실을 새롭게 적발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해 5월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근무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직속 상관들이 모두 2차 가해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20비행단 소속 김모 대대장은 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 이 중사와 가해자인 장모 중사 간 분리를 하지 않았다. 되레 공군본부에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를 취했다는 허위 보고를 올렸다. 김모 중대장은 이 중사가 전출될 제15전투비행단 측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안 특검은 “‘별거 아닌 걸로 고소하려 한다’는 말을 들은 15비행단 사람들은 이 중사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런 식의 2차 가해와 수사 지연까지 더해지면서 이 중사는 고립된 채 점점 벼랑 끝에 몰렸다고 특검은 설명했다. 같은 해 4월 사건을 넘겨받은 박모 군검사는 개인 휴가 등을 이유로 조사 일정을 연기했다. 특검 관계자는 “우울감, 수사 지연에 따른 불안감에 시달리던 이 중사는 결국 피해자 조사를 받기로 한 날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 중사 사망 뒤에도 군 차원의 2차 가해는 그치지 않았다. 특검은 공군본부 공보담당 정모 중령을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정 중령은 지난해 6월 사건 파장으로 이성용 당시 공군참모총장에 대한 해임까지 거론되자 ‘이 중사는 성추행이 아니라 부부 사이 문제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며 허위 사실을 언론에 유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수사의 기폭제 노릇을 했던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의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선 3차례 조사에도 ‘사실 무근’으로 결론 지었다. 20비행단과 공군본부 지휘부의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해 군 수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특검 관계자는 “장 중사 불구속 수사가 ‘전관예우’ 때문이라는 의혹 등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특검은 전 실장이 지난해 7월 자신의 혐의를 수사하던 군검사에게 전화해 관련 범죄 사실이 잘못됐다며 추궁한 혐의(특가법상 면담강요 등)를 달아 그를 재판에 넘겼다. 이에 전 실장은 입장문을 내고 “공군 법무실 관련자들이 억울하게 매도돼 피해를 당한 사실을 (특검이) 알고 있음에도 ‘끼워 맞추기’ 식으로 기소한 건 매우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특검은 전 실장을 포함해 7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군인권센터에 ‘위조된 녹취록’을 제보한 혐의로 공군 법무관 출신 김모 변호사를 구속 기소하며 100일간의 수사를 종결했다. 안 특검은 “성폭력 피해자의 두려움과 고통을 외면하는 군대 내 그릇된 문화와 낡은 관행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중사의 부친 이주완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특검 수사를 통해 위로를 얻었다”며 “한계는 한계대로, 성과는 성과대로 기억하며 가해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조민아 구정하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