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관심 커지는 식량 안보, 기술로 구축해야”

입력 2022-09-14 04:05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과 코로나19는 글로벌 곡물 가격을 끌어올린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13일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에서 만난 조재호(55·사진) 농진청장은 “자급률 향상을 위한 농업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청장이 강조한 부분은 ‘고물가’ 국면에 소비자들이 체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요 곡물 평균 수입 단가는 공급 부족과 환율 상습으로 평년 대비 배 이상 상승했다. 곡물 가격 상승은 축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배합사료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 국내 배합사료 가격은 지난 7월 기준 ㎏ 당 667원으로 최근 3년 평균 가격 대비 35%가량 상승했다. 그만큼 축산물 가격이 올랐다. 조 청장은 “기술 보급으로 사료비를 떨어뜨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하면 한우 농가 사료비 12%를, 한우 사육 기간을 3개월 단축하면 사료비 16%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최근 먹거리 물가 상승 원인 중 하나인 노지채소 문제도 언급했다. 봄 가뭄과 여름 폭염으로 양파·마늘 생산량은 평년 대비 15~18%, 배추·무는 평년 대비 3~4% 생산량이 줄었다. 공급 축소는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다. 조 청장은 “이상 기후 대응이 가능한 ‘적응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 적응력이 우수하고 생산량이 많은 마늘 ‘홍산’과 같은 품종이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상 기후와 관련해선 “현재 기상청을 통해 읍·면 단위로 발표되는 예보를 농장 단위로 세분화해 알려주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입 의존도가 특히 높은 밀과 콩은 농번기가 지난 논에 심을 수 있는 이모작 품종 개발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농진청이 개발한 밀 품종 ‘새금강’이나 콩 품종 ‘아람’ 등의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조 청장은 “과잉 생산되는 쌀을 밭작물로 단계적 전환하기 위한 작부 체계 등 기술도 개발·보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청장은 기후변화로 바뀐 재배지 특성에 맞춘 아열대 작물 보급으로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조 청장은 “2024년까지 전남 장성군에 ‘아열대작물실증센터’를 조성하고 한국에 적합한 유망 열대 작물 생산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며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체감 가능한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