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재차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평균 소득의 40% 이상을 빚 갚는 데 써야 하는 부담 때문에 연체하는 소상공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번에 또 다시 연장을 할 경우 ‘새출발기금’ 등 정부 보완책이 퇴색된다는 점은 문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3일 “소상공인대출 상환 유예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 ‘금융 현안 관련 중소기업·소상공인 간담회’에 참석한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또 한번의 상환 유예를 요구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간담회 의견을 포함, 관계 부처와 협의해 마무리하겠다”고 밝혀 상환 유예 재연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2020년 4월 시행된 상환 유예는 지금까지 4차례 연장됐다. 올해 1월 말 기준 잔액은 총 133조3000억원 규모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더 이상 연장은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스탠스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비상경제민생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상환 유예를 4차례나 연장한 상황에서 종료를 재차 미룬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상환 유예가 종료되지 않은 탓에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권 부실 채권 비율은 역대 최저치인 0.41%를 기록했다. 상환 유예에 따라 진짜 부실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수 없는 ‘착시 효과’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애초 정부는 상환 유예를 예정대로 종료하고 새출발기금을 통해 금융권 부실을 직면할 계획이었다. 빚을 못 갚는 ‘좀비 차주’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위험을 끊어낼 때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소상공인 삶이 여전히 팍팍한 상황을 감안해 이들이 숨 고를 시간을 한 번 더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30~70% 중간 소득 자영업 가구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1.4%로 집계됐다. 한 달에 100만원을 벌어 41만원을 빚 갚는 데 쓴다는 의미다. 하위 30% 저소득 가구(38.8%), 상위 30%(39.5%)와 큰 차이가 없다. 소득 여부와 상관없이 대다수의 소상공인이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정책 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도 급증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누적 기준 소상공인 정책 자금 대출 연체액은 3080억원으로 2016년 시행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2월 누적 1228억원의 3배에 육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환 유예 재연장 여부는 정부에 달려 있다. 종료 시기까지 보름 남짓 남았지만 금융권과 협의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면서 “다만 상환 유예가 재차 연장될 경우 정부가 공들여 내놓은 새출발기금이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