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이오 산업도 미국 우선주의… 우리가 제 목소리 낼 때다

입력 2022-09-14 04:01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제약·생명공학 등 바이오 산업 전 분야의 미국 내 제조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백악관은 이어 14일 행정명령을 뒷받침할 신규 투자와 지원을 발표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바이오까지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을 본격화한 것이다.

미국의 이번 행정명령은 바이오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보듯 중국을 공급망에서 제외하려는 미국 대응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불똥이 튄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의 모더나, SK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미국 내 바이오 생산 확대는 위탁생산에 강점이 있는 한국 바이오업체들의 경쟁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 미국은 올 들어 글로벌 공급망의 자국 위주 재편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삼성전자로부터 170억 달러, 현대차로부터 50억 달러의 통 큰 투자 선물을 받았다. 그런데 IRA에 규정된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우리 기업을 배제했다. ‘반도체 지원법’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반도체 개발·생산 시설을 구축한 기업에 보조금을 주되 해당 기업이 중국에는 투자하지 말도록 했는데 중국에 반도체 시설이 있는 한국에 부담이다. 미국 자국우선주의 기조에 동맹과 호혜의 가치는 찾기 어렵다.

우리도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미국의 잇단 차별조치에 대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임을 당당히 제기할 자격이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칩4 동맹’ 참여와 관련해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등 외교 역량의 극대화도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부터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한·미 정상회담도 추진한다. 미국의 공급망 구축에서 국내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 미국처럼 국익 관점에서 국내 투자 활성화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IRA는 미 상원 상정 2주 만에 통과됐다. 미 의회도 진영 논리가 팽배하지만 국익 앞에선 하나였다. 반면 우리나라의 ’반도체 특별법’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중이다. 글로벌 경제 전쟁 와중에 한국 여야는 이전투구로 날을 지새고 있다. 제 할 일도 못하고 미국에 “왜 우리를 안 돕느냐”고 화내는 것도 낯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