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 당국의 부실 대응에 경종 울린 ‘이예람 특검’

입력 2022-09-14 04:03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00일간에 걸친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수사를 마무리했다. 군내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인 고인이 2차 가해에 시달리다 지난해 5월 생을 마감한 지 1년3개월여 만이다. 군 검찰이 지난해 10월 성추행 가해자 장모 중사 등 15명을 무더기 기소할 당시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된 초동수사 관계자들을 재판에 회부한 것이 특별검사의 수사 성과다. 전 실장과 부실 수사를 한 군 검사 등의 당시 행위에 대한 가벌성 논란은 법정에서 다룰 일이지만 끊이지 않는 부대 내 성 사건과 군 당국의 부실한 대응에 경종을 울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수사 본류였던 지휘라인의 수사 무마 의혹을 끝내 밝혀내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안미영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고인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건 2차 가해로 통칭되는 부당한 피해자 대우였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는 제때 이뤄지지 않았으며, 수사는 늑장이었다. 상사와 동료들은 고인의 성추행 사건 고소를 말리기까지 했다. 고인은 뒤늦게 바뀐 근무지에서조차 동료들의 냉담한 반응에 좌절감과 불안감이 컸다는 게 심리부검결과다. 공군은 사망 원인을 사망 당일 혼인신고를 한 이 중사의 부부관계 탓으로 돌리면서 진실을 왜곡했다.

직업군인으로 근무해야 하는 부사관들은 일반 병사들보다 자살률이 높다고 한다. 군내 성비위 사건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피해자가 유독 부사관 집단에서 많은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속수무책으로 성비위 사건에 노출되는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군은 지난해 가해자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와중에도 이 중사가 생전에 근무했던 부대에서 또다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군 당국은 성비위 사건 대응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는 원인을 분석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군의 성인지감수성을 제고하고, 그릇된 성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