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앞다퉈 NFT(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자사의 캐릭터를 활용한 NFT를 발행하는가 하면, NFT 거래 플랫폼 사업에 발을 들인다. ‘NFT 대중화’에 힘을 주면서 시장 활성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NFT 거품론’도 부풀어 오른다. NFT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량 절벽 사태를 맞으면서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가 끊임없이 따라붙는다. 전문가들은 NFT 시장이 건전한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투기적 목적’이라는 색깔을 빼고, 커뮤니티 중심의 생태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6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샌드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NFT 시장은 연평균 35% 성장해 오는 2027년 136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댑레이더는 글로벌 NFT 거래대금이 지난해 2분기 13억 달러에서 같은 해 3분기 107억 달러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4분기 116억 달러, 올해 1분기 120억 달러로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자산이다. 토큰마다 고유 정보를 기록해 상호교환이 불가능하다는 특성을 갖는다. 이 때문에 다른 디지털 콘텐츠와 달리 소유권을 명확하게 부여할 수 있다. NFT가 디지털 세상에서 일종의 ‘등기권리증’ 역할을 하는 것이다. 복제가 불가능하고 단 하나만 존재하는 디지털 콘텐츠라는 점에서 ‘희소성’을 갖는 셈이다.
NFT는 게임, 미술품, 수집품, 프로필, 엔터테인먼트, 패션, 부동산 등의 기존 산업과 결합하면서 시장을 형성했다. 오픈씨(OpenSea), 라리블(Rarible) 같은 NFT 전문 마켓플레이스가 시장을 이끈다. 오픈씨는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오픈씨의 거래대금은 지난 3월 기준으로 4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온라인 프로필 시장은 NFT 도입이 가장 빠르다. 지난해 4월 미국 스타트업 ‘유가랩스’는 각기 다른 원숭이 아바타 1만개를 그린 ‘BAYC(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 NFT 컬렉션’을 선보였다. 각각의 원숭이에 다른 배경, 모자 등으로 170가지 다른 모습을 만들었다. 여기에 프리미엄을 부여했다. BAYC NFT 소유자들에게 멤버십 회원권을 줬다. 파티 개최,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 모바일 게임 론칭 같은 실질적인 경제·정서적 혜택을 제공했다. 희소성이 생기자 지난 1월 ‘BAYC#232’는 약 285만 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한국 기업들도 빠르게 NFT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TV·스마트폰 판매에 NFT를 활용한다. 갤럭시 Z 폴드4·플립4의 예약 구매자에게 ‘뉴 갤럭시 NFT’를 증정했다. 뉴 갤럭시 NFT를 보유한 고객은 디지털프라자, 신라면세점, 이크루즈, 쇼골프 등에서 사용처 인증 시 할인 및 적립이라는 혜택을 챙길 수 있다.
LG전자는 예술 분야 전문가가 엄선한 NFT 예술품을 편리하게 감상하고 거래할 수 있는 자체 개발 ‘LG 아트랩’ 서비스를 미국 시장에서 론칭했다. SK텔레콤은 NFT 작가 등과 구매자를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 ‘탑포트’를 공개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NFT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기업이 다양한 신사업을 만들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기루’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너도나도 NFT를 발행할 수 있게 되면서 장기적으로 NFT 시장을 지탱하는 ‘희소성’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투기 수단으로 변질하면서 시장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기존 산업에 NFT를 붙였다는 이유로 해당 회사의 주가, 자산가격 등이 치솟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반대로 가상자산 가치가 급락하면 NFT 거래도 위축돼 시장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위기에 빠진다.
전문가들은 투기성이 빠지고, 다양한 경제적 교류가 발생하는 성숙기를 거쳐야만 안정적인 시장으로 자리 잡는다고 본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최근 ‘NFT 최근 산업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가격이 오르는 것에 열광하는 투기적인 요소를 지양하고 시장에 수요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NFT 개념이 대중에 소개된 지 1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기성이 지나치게 많이 담긴다면 NFT 기술의 잠재력이 발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도현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책임은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NFT 커뮤니티 생태계가 구축돼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생태계에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도함과 동시에 재화·화폐 등의 경제적 교류가 일어나도록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기 피해를 예방하는 규제 및 가이드라인도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 및 소유권 분쟁을 정리하기 위한 권리 관계 재정립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